[기획]ICT규제샌드박스 6개월···네거티브규제 전환 시작됐다

전자신문은 18일 ICT규제샌드박스 성과와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을 점검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전자신문은 18일 ICT규제샌드박스 성과와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을 점검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1월 17일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6개월이 지났다. ICT 규제 샌드박스로 모바일고지서와 택시 승차공유, 공유주방,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혁신서비스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시대적 과제로 요구받는 '네거티브 규제(우선허용·사후규제)'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다. 전자신문은 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성과를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김도현 국민대 교수

△민병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부장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사회=안호천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차장

◇사회(안호천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차장)=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이 지났다. 정량적·정성적 측면을 포함해 핵심 성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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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간 국민과 스타트업·중소기업, 언론, 연구계 관심을 받았다. 정량 성과로 총 76건이 신청해 45건(실증특례·임시허가 18건, 신속처리 27건)이 처리됐다. 그동안 막혀 있던 공유경제와 데이터 헬스케어 혁신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분야에서도 규제 샌드박스 과제가 나왔다.

현장에서는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로 숨통이 트였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이제 기업이 시장 규제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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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연(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시장과 정부에 주는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사실에 의의가 있다. 스타트업이 정부 문을 두드리다가 안 되던 게 규제 샌드박스로 들어와 해결된 사례가 나왔다.

규제개혁 방향이 전환했다. 기존에는 공무원이 결정권을 가지고 잘못되면 담당부서와 개별 공무원이 책임을 부담해야 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 부처가 책임을 공동으로 진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규제개선이 나오면 타 부처와 공유해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회=이전에도 신산업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이 많았다. ICT 규제 샌드박스가 기존 규제 혁신 시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과 효과는 무엇인가.

◇장석영=이전에는 신기술·신서비스 규제를 개선하려면 법령과 제도를 고치는 게 참 힘들었다. 법률은 국회에서 여러 절차를 거쳐 개정해야 하고 시행령이나 행정규칙도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는 법령상 애매하거나 심지어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부여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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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국민대 교수)=법제화 통계를 보면 법률 개정에 통상 17~20개월이 걸린다. 시행령은 7개월이다. 스타트업은 그걸 기다리다 사업이 망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법제화 부담을 덜어준다는 건 중요한 변화다. 기존에는 정책을 만들 때 전문가 조언과 느낌 위주로 했다면 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역시 성숙한 변화로 본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을 가진 정부 조직이 생겼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사회=ICT 규제 샌드박스 선정 기업으로부터 신청 계기와 지정 소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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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코나투스 대표)='반반택시' 택시운송중개플랫폼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심야시간대 이용자가 동승자를 모아 택시를 저렴한 가격에 탑승하는 서비스다. 택시산업도 자체 혁신이 어렵고 외부에서 신규 모빌리티 사업이 택시를 나름 혁신하려는데 상호 견제로 서로 어려웠다. 모빌리티 1호 ICT 규제 샌드박스에 통과됐다. 혁신 단초가 됐다. 기존 택시 종사자도 뭔가 바뀌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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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위쿡' 공유주방은 하나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공유하고 여기서 생산한 식품을 다른 사업자에 판매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서비스 출시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다양한 기관을 만났다. 식약처와 논의 과정에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결해 진행했다. 새로운 외식산업과 식품 푸드 스타트업에 굉장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네 차례 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동안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나.

◇원소연=이해관계자 대립 문제였다. 신청자는 사업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해관계 대립 또는 부처 간 의견차가 발생하면 해결이 지연된다. 신청자 입장에선 규제 샌드박스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왜 안 되느냐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무조정실에 그런 역할이 부여됐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전문으로 다룰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김도현=심의위원이 여러 구성원이다 보니 나중에 사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나오기도 했다. 신사업에 대해 실험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허가가 되는 거라 생각하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실험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규제 샌드박스 운용상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민병수(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부장)=운영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규모가 적고 법률지식, 인력, 예산이 적은 스타트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신청서 작성방식을 간소화하고 법률 상담을 밀착 지원하는 등 지원책을 강화하려 한다. 신청과 제도 전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쉽게 이해하도록 알리는 작업도 지속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해 제안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시행 초기 홈페이지를 마련했다. 접수과정에서 전자적으로 처리해 편의를 높이는 방안도 고민한다.

◇원소연=규제 샌드박스가 운영되다 보면 쌓여서 앞으로 사업과 서비스 유형별로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 가능한 사업과 많은 노력과 논의가 필요한 사업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투트랙으로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력과 예산 증원 노력도 필요하다.

◇사회=현행 '2+2년'이라는 기간은 적정한가. 규제 샌드박스 지정 6개월 진행 이후 부처에서 조기 제도개선을 진행하는 방안은 어떤가.

◇김기웅=공유주방 서비스 모델을 준비하면서 혁신사업을 테스트하고 보완하며 결과물 얻는 시간이 1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2+2년이라는 기간에 갇힐 게 아니라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했다면 제도 개선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

◇김도현=영국은 규제 샌드박스 적용기간이 3~6개월로 분야가 금융으로 제한돼 있어 빠르게 테스트하고 결과를 낸다. 우리는 다양한 사업에 적용한다. 2년 만에 결과를 보기 어렵거나 3개월 만에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 입법화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사회=ICT 규제 샌드박스 효과적 사후관리 방안은.

◇민병수=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업 시행계획과 이용자보호 등 부가조건을 통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관리한다. 모니터링을 넘어 찾아가는 서비스와 실비보험 등을 검토한다.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기존 정부 시스템이 있고 법률컨설팅, 사업모델은 외부 전문가와 협업한다.

◇김기동=혹시 모를 문제와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건 사업자도 같은 마음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사업을 하면서 정부가 모니터링 하도록 투명하게 알리고 걱정하지 않도록 데이터를 공유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사회=규제 샌드박스 적용 이후 제도개선 시 부처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소연=컨트롤타워와 더불어 정부 규제개혁 평가에서 부처 간 협력에 대해 가중치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개별 정부부처 입장에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타 부처 실적으로 간다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추진할 의미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규제개선 연관 부처가 같은 실적으로 공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

◇장석영=정부부처 규제개혁 평가에서 부처 협업에 가산점을 주는 것에 공감한다. 더불어 부처와 기업, 소비자단체가 터놓고 소통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제혁신 해커톤 등도 활성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산업 육성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별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나 제품 단위로 심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김기웅=조금 위험하다. 공유주방에 대해 ICT 혁신과 무관하게 부동산 임대업자 등 단순 수익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산업별로 다 푼다면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 대표기업 몇 개를 지정해서 검증해보고 단계적으로 풀거나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

◇김기동=택시동승과 관련해 엄격한 지역·시간제한 조건을 부과 받았다. 다른 기업이 들어온다면 모든 제약이 다 풀려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풀어나가는 방식과 다른 차원의 아이디어와 방식도 있을 것이란 생각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만 형평성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신중했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김도현 국민대 교수,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민병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부장,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 안호천 전자신문 차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왼쪽부터 김도현 국민대 교수,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민병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부장,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 안호천 전자신문 차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사회=ICT 규제 샌드박스 발전 방향은.

◇장석영=관련 기업, 서비스가 성공해서 레퍼런스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이나 언론이 보기에 정부 규제개혁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정부에서는 혁신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이 규제개혁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노력중이라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물론 각 부처도 변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첫 단계는 기업, 시장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다. 기업은 포기하지 말고 적극 지원해 달라.

◇민병수=ICT 규제 샌드박스 핵심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키우고 상생하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국가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 5G와 AI 플랫폼 분야에서 산업효과가 크고 파급력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기업이 적극 제안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도현=규제 샌드박스 신청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담당자가 잘돼야 한다. 정책과제를 발굴해 꾸준히 운영시킨 정부담당자 성공모델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기업은 혁신과 고용 주체이자 일자리 미래. 그거 외엔 대안이 없다는데 공감대가 필요하다.

◇원소연=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단기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스템화 돼야 한다. 새로운 상품·서비스가 나올 때 규제 샌드박스가 지속 운영돼야 시장에 진입하는 문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김기동=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기 이전까지 정부가 이렇게 치열하게 정책을 고민하는지 제대로 몰랐다. 스타트업이 자극받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감사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책임감이 크다. 사업과정에서 불안한 점을 먼저 이야기하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김기웅=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되고 나서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 책임감을 느낀다. 공유주방을 통해 전통 산업영역으로 느꼈던 부분, 소상공인이 보호받던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올 수 있다. 새로운 영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사회=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토론 감사하다. 좌담회에서 제기된 아이디어와 의견이 ICT규제 샌드박스 활성화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ICT규제 샌드박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과 지원 부탁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