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석영철 KIAT 원장 "범부처 연계·지원하는 플랫폼 기관으로 거듭날 것"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번 달 조직개편에서 '규제혁신단'을 신설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범부처 단위 규제혁신이 필요합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이를 연계하고 지원하는 플랫폼 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KIAT 역할도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연구개발(R&D)를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해 지난 8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석 원장은 25년 동안 산업기술 R&D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재단, KIAT에서 일하며 산업기술 R&D 분야를 깊게 파고들었다. 원장 취임 전에는 인하대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달 5일 KIAT 4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KIAT에서는 처음으로 배출한 내부 출신 기관장이다.

KIAT는 2009년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재단,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한국기술거래소 등이 통합돼 설립된 기관이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산업기술 R&D 전략을 수립하고, 인력·인프라 등 기반을 조성한다. 산업기술 정책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전방위 지원을 담당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도를 내면서 우리 정부 R&D 제도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금지하면서 소재부품 기술 국산화 필요성도 떠올랐다. 급격히 변화하는 대내외 상황에서 석 원장에게 우리나라 산업기술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KIAT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담=양종석 미래산업부장

석영철 원장(왼쪽)과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오른쪽) <사진 이동근 기자>
석영철 원장(왼쪽)과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오른쪽) <사진 이동근 기자>

-KIAT 원장 취임하신 지 막 한 달이 넘었다. 간단한 소감 부탁드린다.

▲정든 곳에 돌아와 함께 일했던 동료를 다시 만나게 돼 반갑고 기쁘다. 제조업 활력 제고가 필요한 시기에 KIAT를 이끌게 돼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지금은 산업·경제·사회 등 구조적 대격변 시기다.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사회 양극화로 구조가 바뀐다. 산업도 주력산업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이 지연되고 있다. 제조업 혁신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경제성장 엔진인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도록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산업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혁신 지원기관으로서 제조업 활력을 높이는데 책임감을 느낀다.

-KIAT는 기술을 종합 지원하는 기관이다. 산업기술 정책이나 기업에 무척 중요하다. 경영을 맡으면서 제시한 철학과 비전은?

▲KIAT는 산업기술 혁신생태계 중심기관으로서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혁신성장, 국가균형발전, 신남방·신북방 정책 등 현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 지역산업 육성, 중견기업 지원으로 기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고,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

산업기술 정책 싱크탱크 역할도 해야 한다. 사람중심 경제에 부합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산업기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높아진 국민 기대치에 맞게 유관기관과 협업해 추가 성과도 창출할 것이다. 공공기관 역할과 관련해 국민이 바라보는 기대치가 높아졌다.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직원들에게 업무 간소화를 강조한다. 보고를 간단하게 핵심만 말하도록 하고, 보고서도 개조식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회의는 모니터와 노트북을 활용해 '페이퍼리스(paperless)'로 한다. 고객 중심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같은 기관은 관료화되기 쉽다. 기업이나 연구소 쪽은 기관을 '을' 위치에서 보는 때가 많다. 우리 직원들이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공공기관 임직원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도 기관에서는 제일 높은 사람이지만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석영철 원장 <사진 이동근 기자>
석영철 원장 <사진 이동근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중요하게 보는 산업기술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이와 관련해서 KIAT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제조업은 디지털화, 지능화, 서비스화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3D프린팅 등 기술 발달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제조공정 혁신도 일어난다. 디지털화로 주문형 생산이 가능해졌다. 지능·자동화로 스마트공장이 등장했으며, 서비스화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연계해 제공하는 플랫폼도 중요하다.

KIAT는 이 역할에 맞춰 규제개혁, 기술 사업화 등 산업기술 혁신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신기술 시장 진출과 신산업 분야 기술 사업화를 저해하는 규제가 개선되도록 지원하겠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규제혁신단을 만들었다. 산업부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와 중기부 규제 자유특구 제도를 지원하겠다.

민간 투자·공공조달 등과 연계해 기술사업화 성과도 높이겠다.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과 'R&D재발견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산업기술 정책펀드를 만들겠다. 공공조달을 통해 기업이 초기시장을 형성하도록, 공공부문에서 원하는 혁신제품 초기 R&D를 지원한다. 최종 선정된 기업에는 양산용 제품 개발 위한 실증을 제공하겠다. 산업 분야별 현장맞춤형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설·장비구축 중심에서 신산업 발굴·육성 위한 R&D 제품 실증 지원으로 기반구축 사업도 방향을 전환하겠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했다. 이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은?

▲R&D 기관 수장으로서 착잡하다. 우리나라 혁신 생태계가 아직 미흡하고,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혁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차원에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 직원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이 날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KIAT 직원이 전문가가 돼야 한다.

앞으로도 소재·부품 분야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소재·부품 기술은 장기간 개발해야 한다. 그간에는 주요 과학기술 정책이 계속 변했다. 중장기 변화가 필요한 소재·부품 분야에 너무 단기적으로 대응했다.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소재부품 R&D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R&D를 통한 소재·부품 국산화 작업을 쭉 지켜봤다. 지금까지 소재·부품 국산화가 미진했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2000년대에 소재·부품 로드맵을 만들면서 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부품·소재) 특별법이 한시법이기 때문에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용두사미(龍頭蛇尾)'격 기술 정책을 우리가 시행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재·부품 중 어느 분야에 얼마나 투자할 지는 관심이 많다. 이것을 개발해서 상용화하는 부분은 우리가 취약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혁신 생태계 관점에서 보자면 활발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것을 조성하고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정부가 끌고 가서는 안 된다. 현 정부에서 혁신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KIAT 입장에서는 이를 최대한 지원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석영철 KIAT 원장 "범부처 연계·지원하는 플랫폼 기관으로 거듭날 것"

-최근 조직개편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산업기술 R&D 방향은?

▲이번 달 시행한 조직개편에서 규제혁신단을 신설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 자유특구를 만드는 등 규제 혁신 노력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신산업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 현재 법령제도는 뒤처져 있다. 더 많은 기술 창업이 일어나고 신산업이 활성화되도록 범부처 단위 규제혁신을 지원하겠다.

또 하나는 R&D로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수준 R&D 투자가 실제 제품과 서비스 매출로 이어지려면 그 가운데 부실한 연결고리인 기술 사업화를 강화해야한다. 우리 정부 R&D 예산이 올해 기준으로 20조원이 넘는다. 사업화를 위한 연계기술을 개발하거나 R&D 재발견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기술 사업에 실효적인 도입을 하려한다. KIAT를 모든 부처를 연계·협력하는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칸막이 문화다. 협력하고 연계하는 것을 방해한다. 부처 간에도 있고, 부처 내 부서 간에도 칸막이가 있다. 그것을 허물허가는 것을 기관에서도 앞장서야 한다.

-3년 임기 동안 KIAT에서 어떤 성과를 이루고 싶나?

▲대내적으로 기관 역할과 기능 확대에 따른 직원 전문성을 강화하겠다. 시대 변화에 맞춰 기관의 역할과 미션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직원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여건이 주어지는 범위에서 직원 전문성과 역량 강화에 최대한 투자를 지원하고자 한다.

대외적으로는 연결과 협력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KIAT는 연간 약 4000개 과제를 지원한다. 인력, 기술, 금융, 장비 등 다양한 지원 툴을 갖고 있다. 신기술, 신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기업이 원하는 지원을 신속하게 연결해주는 중간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KIAT만큼 적절한 기관이 없다. KIAT가 가진 다양한 지원 기능을 발판으로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협력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

석영철 원장 <사진 이동근 기자>
석영철 원장 <사진 이동근 기자>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195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 경제학과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로 건너가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로 기술경제학 강의도 했다. 1994년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 입사해 정책연구부장과 전략기획단장 등을 지냈다. 2001년에는 한국산업기술재단에서 근무했다. 2009년에서 2017년까지 KIAT에서 부원장, 기술전략본부장, 기술기반본부장을 지냈다. 2017년 인하대 교수로 일하다 지난달 KIAT 원장에 취임했다. 2003년 국무총리 표창(대한민국 부품소재기술상), 2017년 교육부총리 표창(능력중심사회구현 공헌상)을 받았다.

정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