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더 빨리 대비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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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불화수소를 만드는 솔브레인은 충남 공주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 신공장은 당초 올해 12월 가동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정을 앞당겨 빠르면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일본 업체에 의존해 온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필요한 물량을 대체할 수 있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공장 가동을 앞당길 수 있게 된 이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과 관련한 솔브레인의 허가 절차가 상당히 수월해짐에 따라 가동 시기가 앞당겨졌다”면서 “일본 수출 규지 조치 이전에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면 진작에 이번 사태를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달 초 일본이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이후 국내 반도체업계는 그야말로 격랑이 일었다. 저마다 대체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동시에 내부에서는 곳곳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의 혼선이 커진 이유는 다양하게 꼽힌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정부 역할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번 솔브레인 사례처럼 공장 가동을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지만 이제야 급하게 추진하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 불화수소가 맹독성 물질이지만 업계의 안전 인프라 구축 노력이 수반될 경우 국산화가 불가능한 품목은 아니다. 또 산업계와 환경을 중시하는 민간의 간극을 조율하지 못한 정부에 아쉬워한 전문가가 많다.

지난 1개월 동안 급소를 찔린 우리 반도체업계는 많이 당황했고, 실제로 아팠다. 그러나 밋밋하던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대체품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수입처는 다변화되고 있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도 필수이다. 그러나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더욱더 필요하다. 지금부터 5~10년 동안 꾸준히 대비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과 생태계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