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악화에 역효과 날라...도쿄 올림픽 마케팅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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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13개사 로고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13개사 로고>

도쿄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얼어붙은 한일 관계로 인해 '올림픽 마케팅'은 실종 상태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된 한일 관계로 인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계획 수립 자체를 보류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도쿄 올림픽에 맞춘 스포츠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기업들은 세계 70억 인구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에 맞춰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해 소비 촉진과 브랜드 홍보에 나서왔다. 때문에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일찌감치 마케팅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을 앞둔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이 고조됐고, 일본제품 불매 운동도 확산되고 있어서다.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 마케팅을 펼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거나 친일 행보를 한다는 프레임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도쿄 올림픽 보이콧 청원이 여러건 올라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기는커녕 도쿄 올림픽 언급 자체를 꺼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기업에게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한다. 'TOP(The Olympic Partner)'로 불리는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는 각 분야별(컴퓨터, 무선통신, 음료, 신용카드, 생활용품 등)로 1개 업체씩만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는 13개 기업이 올림픽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음료의 '코카콜라', 자동차의 '토요타', 무선통신의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올림픽 파트너 외에도 대회가 열리는 동안 1년간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로컬 스폰서도 있다. 로컬 스폰서는 후원 금액에 따라 파트너와 스폰서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에서는 KT, 대한항공,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등 11개사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고, 스폰서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네이버, 한화, 신세계, CJ, 등 13개사가 참여했다. 또 공식 공급사 25개, 공식 서포터 33개도 참여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도쿄 올림픽에 국내 기업 참여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올림픽 파트너인 삼성전자도 도쿄 올림픽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전 올림픽에서는 스마트폰 홍보 부스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IOC가 공식 파트너에게 요청하는 것에만 대응하고, 이 외의 활동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들도 도쿄 올림픽 관련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 관련해서 도쿄라는 단어도 꺼내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은 올림픽 마케팅을 준비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참여 이벤트 등을 진행해 온 유통·식음료 기업들도 도쿄 올림픽 관련 계획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을 경우 1년 전부터 마케팅을 기획하고, 조직위원회와 관련 계약을 맺는 등 준비를 해왔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설사 준비를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