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돈은 '잘 쓰는게'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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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도 일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벌이(세수)를 고려한 최적의 소비(재정지출)가 목표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가계부를 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집행률'을 점검하는 것은 가정과 차이가 있다.

집행률은 지출계획 대비 실제 돈을 쓴 비율이다. 정부는 인건비·기본경비 등을 제외한 주요 관리대상사업에 쓸 1년 동안의 총비용을 산정하고, 실제 얼마나 집행했는지 집계한다. 올해 주요 관리대상사업 총비용은 291조9000억원으로, 지난 5월까지 154조6000억원을 집행해 집행률은 53%를 기록했다.

가정으로 치면 반년도 안 돼 올해 계획의 50%를 넘게 지출했으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집행률을 높이는 게 목표다. 집행률이 낮은 것은 재정이 계획대로 국민에게 유입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부진할 때에는 이른 시기에 집행률을 높이는 게 좋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투입될 때에는 집행률 제고가 더 강조된다. 추경은 빚을 내서라도 계획에 없던 지출을 늘리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집행이 제대로 안되면 추경 자체가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추경 투입이 확정됐다. 다만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지 100일 만에 겨우 국회 문턱을 넘으며 재원을 쓸 기간은 5개월도 채 남지 않게 됐다.

정부는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의 집행률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며, 일본 수출규제가 가속화 되는 만큼 재정을 통한 경기 활력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집행률 제고만큼 중요한 것은 철저한 지출 관리·점검이다. 어렵게 마련한 재원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집행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정이든 국가든 돈은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유념할 때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