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은행업계, 日 피해기업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자수첩]저축은행업계, 日 피해기업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한국 제외로 말미암은 피해 기업 대상으로 지원에 나선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금융 지원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계 저축은행이라는 꼬리표를 지우기 위한 이미지 세탁이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개별적으로 나설 계획은 없습니다.”

최근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따른 국내 피해 기업 지원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백색국가 한국 배제 조치로 국내 수출입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권은 대출과 보증을 1년 연장하고, 최대 6조원 규모의 신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은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3조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금리도 깎아 주는 등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반면에 저축은행업계는 미동도 없다. 초기의 '노재팬' 움직임에 일부 일본계 저축은행이 언급됐을 때와 양상이 다르다. 이들은 일본계가 아니다. 일본계이긴 하지만 자금 조달을 국내에서 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배당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일본'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국내 기업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만 32조7769억원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지방 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지원에 나선다면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매년 이미지 쇄신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새로 취임하는 중앙회장도 '저축은행 이미지 쇄신'을 취임 일성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본계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저축은행도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따른 피해 기업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극적인 모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많은 기업이 저축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이 일본계 자본이라며 비판을 받는 분위기도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저축은행도 한국 금융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저축은행이 필요한 이유가 뭔지 곰곰이 짚어 봐야 한다.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버팀목이다. 이 슬로건처럼 피해를 보는 모든 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기대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