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63>버스계 '우버'로 우뚝선 '플릭스버스'

독일 교통네트워크회사 플릭스버스(Flixbus)가 지난달 22억5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 가치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독일은 지난 2013년까지 원거리 도시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유명한 교외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카풀해서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3년 버스 시장 규제 철폐로 시외버스가 새로운 이동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63>버스계 '우버'로 우뚝선 '플릭스버스'

플릭스버스 사업 모형은 버스계 '우버'로 보면 된다. 우버가 개인 자동차를 연결해 주는 것이라면 이 회사는 각 도시에 산재한 버스회사를 연결해 원거리 이동 고객에게 마케팅, 승차권 구매, 최적 가격, 서비스 등을 관리해 준다. 플릭스버스 파트너사인 지역 버스회사는 유럽 중심으로 29개국 300개사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회사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존재한다. 여행을 하려면 여정마다 다른 회사의 버스 표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플릭스버스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버스의 최적 연결과 표 구매를 일괄해서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와이파이·위성항법장치(GPS) 제공 등 일관된 고객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플릭스버스 네트워크에 들어온 버스는 연녹색의 일관된 이미지와 로고로 운행되며, 고객은 한 회사의 서비스처럼 이용할 수 있다.

플릭스버스는 고객만 연결해 줄 뿐 버스를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 파트너사의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의 25~30%를 플릭스버스가 취하고 나머지는 파트너사 몫이다.

성공 창업가는 기회를 먼저 포착하고 실행에 옮긴다. 플릭스버스는 독일의 버스 시장 규제 개혁을 기회로 즉시 포착하고 1년 내 독일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쟁 회사이던 메인퍼른버스를 합병, 시장을 공고하게 장악했다. 2015년에는 카풀 스타트 업체 리니타도 인수해 기술을 활용, 기존 노선 버스에 임대 버스 서비스를 더해서 제공하고 있다. 2016년까지 유럽 대부분 국가에 서비스를 확대, 급성장했다. 2016년에는 경쟁사 포스트버스를 인수해 독일 시장의 90%를 점유, 사실상 독점 지위를 확보했다.

2018년 이 회사는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유로 라인을 포함한 기차 회사를 인수해 플릭스트레인이라는 방계회사를 설립했다. 이제는 버스와 기차를 병행해 도시 간 장거리 교통수단을 종합 제공하고 있다. 2018년 플릭스버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본거지로 삼아 서부 도시부터 시작해 이제는 동부로 진출하면서 1000개의 버스 노선을 제공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버스를 타는 승객에게 자신의 탑승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1~3% 추가 금액을 더해 기후변화 티켓을 살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렇게 추가 모집된 돈은 국제 기후변화 프로젝트에 기부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중국 기업이 만든 전기 버스를 프랑스와 독일에 투입, 운영을 시작했다. 지구 환경 보호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자율주행 버스 회사로의 변신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교통수단 준비는 글로벌 기업으로 단시간에 치고 올라간 규모의 경제와 펀딩 성공 덕분이다.

이 회사의 탄생에는 전문화되고 능력 있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주효했다. 초기 투자한 곳은 창업 투자로 경험이 많은 전문가 모임인 베를린 소재 '비저너리스 클럽'이다. 이 회사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중점을 두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는 이미 일반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은 성숙돼 새로운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인식과 유럽이 기술력을 앞세운 제조업 중심으로 B2B 사업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플릭스버스는 이런 벤처캐피털 전략의 성공 사례다.

규제 개혁도 중요했다. 독일의 2013년 버스 시장 개혁은 80년 동안 지속돼 온 규제를 혁파한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넘지 못해 어느 것 하나 유료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나마 시작된 카풀이나 네트워크 운송 사업을 불법화했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고, 세계 시장에서 서비스 산업의 성공은 찾기 어려운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소개한 바 있는 모바일 은행 N26과 플릭스버스처럼 4차 산업혁명 전환기를 맞아 민첩하게 글로벌 서비스 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집단 이해로 사회 갈등만 지속하고 있는 우리가 독일이 부러운 이유를 플릭스버스가 더해 주고 있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63>버스계 '우버'로 우뚝선 '플릭스버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