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술' 인공광합성 앞당길 탄소나노튜브 촉매 개발

왼쪽부터) 민병권 황윤정 원다혜 박사
왼쪽부터) 민병권 황윤정 원다혜 박사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인공광합성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촉매를 개발했다. 인공광합성에 쓰이는 기존 은 촉매 대비 경제적일뿐만 아니라 실험실이 아닌 일반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용했다.

민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박사 연구팀(황윤정·원다혜 박사)은 수돗물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전기화학 인공광합성 촉매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인공광합성은 태양광을 이용해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부가가치를 갖는 물질로 전환해 자원화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면서도 새로운 물질을 생성할 수 있어 에너지·자원 분야에선 꿈의 기술로 불린다.

인공광합성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선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손쉽게 일산화탄소로 변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는 다른 물질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갖는 화합물로 재탄생한다.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기 위해선 안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환 효율이 높은 촉매가 필요하다.

효율과 내구성이 높은 이산화탄소 변환 전기화학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실험실 환경의 연구에 머무르고 있어 실제 적용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

현재 다양한 불순물로부터 생기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도로 정제된 증류수를 사용해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개발한 촉매는 대량 생산을 위한 실제 환경에 적용하면 실험실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을 나타내지 못한다.

KIST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변환 전기화학 시스템의 가장 기본 구성 요소인 전해질에 변화를 줬다. 초고순도의 증류수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 실용수인 수돗물로 바꿨다. 연구진은 은 촉매를 이용해 수돗물의 성분 중 '철' 성분이 촉매의 성능을 가장 크게 저하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KIST 연구진은 수돗물에서 촉매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철 성분으로부터 보호했다. 금속 불순물이 증착되어도 문제가 없도록 탄소나노튜브에 질소 원소가 함유된 형태의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고가의 상용 촉매인 은 촉매에 버금가는 이산화탄소 전환 성능을 보였다.

은촉매는 수돗물에서 20분 이내에 성능이 80% 이상 감소하는데 반해 이 촉매는 120시간 동안 안정적 성능을 유지했다.

원다혜 선임연구원은 “개발한 촉매는 은 촉매 대비 경제적이면서도 수돗물 등 기존 공정대비 덜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보였다”면서 “인공광합성 공정 경제성을 확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민병권 본부장은 “연구로 밝혀진 내구성 저해 요소와 탄소 기반 촉매의 장시간 내구성 확보 결과를 통해 인공광합성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촉매 분야 최고 수준 과학전문지인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최신호에 실렸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