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日 수출규제 대응 제조장비 실증사업 시작…CNC·감속기 외 탄소섬유·이차전지도 포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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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산 제조장비 실증 사업을 시작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시 '급소'로 꼽히던 공작기계용 수치제어장치(CNC)와 로봇 서보모터·감속기 외에 탄소섬유, 이차전지 분야도 대거 포함됐다. 사업은 정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 일환으로 부품·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1년 이내 초단기 과제로 구성했다. 기술과 장비를 활용할 수요기업 참여 여부가 사업 성공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계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제조장비실증)' 신규 지원 과제를 공고하고 다음달 사업에 돌입한다고 28일 밝혔다.

사업은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제조장비·핵심 부품을 대상으로 국산 제조장비 상용화를 추진한다. 과제는 다음달 시작해 내년 6월까지 이어진다. 과제당 예산은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31억원으로 20개 과제에 총 313억원을 투입한다. 예산은 추경으로 마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산화가 시급한 품목을 위주로 장비 분야에서 연관이 깊은 분야를 선별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를 포함한 주요 품목 공급 안정화를 위해 핵심기술 사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 개발에서 신뢰성 확보, 양산 평가까지 단기간에 끝내고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목표다. 기계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은 이 중 장비 분야 실증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가 시작하는 제조장비 실증 과제에는 기존에 알려진 공작기계용 국산 CNC 시스템과 로봇용 서보모터 및 감속기 외에도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용 분위기 소성로, 탄소섬유 중간재 직조 시스템(Weaving system), 탄소섬유 다이렉트 프리폼 제조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했다. 이차전지와 탄소섬유는 우리나라 대일 의존도가 높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분야다.

한 예로 리튬이온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활물질은 일반적으로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결합해 만든 원소재 상태 전구체에 열을 가해 소성 가공해 만든다. 이때 쓰이는 필수 장비가 대형 소성로다. 양극활물질 분야는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지만 소성로는 아직 일본 업체 의존도가 높다. 공정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 배출과 골고루 합성이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 디자인에 따라 입자 생성이 달라질 만큼 기술이 중요하다.

탄소섬유 분야 또한 그동안 일본이 주도하던 고탄성율 탄소섬유를 위주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이어왔지만 이를 만드는 장비 대부분은 일본과 미국에 의존한다. 또 탄소섬유 관련 복합재료와 부품을 만드는 설비도 독일, 일본 등이 선도하고 있어 이 역시 자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산업부가 국산 핵심장비 실증 사업에 나서면서 사장된 국산 기술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과 장비를 활용할 수요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 기업이 많이 참여해 각 기업별 생산 환경에 맞출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