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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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 등 최근 유행하는 단어를 두고 사람들이 아는 척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그만큼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천생 공무원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접한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매우 진중하고 좀처럼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꼭 필요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한 일이나 과제와 관련해서는 매우 강한 소신을 가지고 움직인다. 3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몸에 배인 습관처럼 보였다. 공무원 AI와 관련한 연구개발(R&R) 방향을 보는 시각도 그 중 하나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석 원장은 아직도 2016년 3월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대국 이후 벌어진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불과 3년 반 정도 지나니 지금 AI는 우리의 인식과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선제 대응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크게 뒤쳐질 것”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주도권을 판가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IITP는 R&D 현장 일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라는 새로운 명칭처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R&D 기획에서부터 과제와 수행기관 선정 및 평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관리해야 합니다. ICT 인력 양성도 주 업무 가운데 한 축입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그는 IITP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별다른 일을 만들거나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낮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이미 조직의 현재와 미래 대응방안까지 수립해 놓고 있었다. '5세대(G) 이동통신'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에서도 지난 5월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5G+ 전략'을 마련해 발표했다. 석 원장도 “5G 장비와 디바이스 산업은 어느 것보다 먼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영역”이라며 “이미 관련 전략산업 육성 초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본과의 무역전쟁에도 주목했다. 일본의 주 공격대상이 그의 주 전공인 ICT 분야에 집중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ICT R&D 추진방향'을 새롭게 마련했다”면서 “기술 자립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체신부에서 시작해 정보통신부를 거치는 등 정보통신분야에서 관료 생활을 오래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정보통신부를 분리·해체한 것이 가장 아픈 기억이다. 체신부 시절에 통신망 현대화와 정보화 초석을 깔아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면 정보통신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최강국으로 육성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IT강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도 그 당시 일궈 놓은 성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역할과 기능이 흩어졌다. 디지털 콘텐츠 영역은 문화부, 방송통신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 기기 산업과 소프트웨어(SW)는 산업부로 넘겨줘야 했다. 이후 각 부처가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고 본다. 이후 국내 ICT 산업은 활기가 크게 줄었다. 현 정부 들어 역할과 기능을 다시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하고는 있으나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ICT 산업과 관련해서는 정부 역할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 5G 상용화 후 관련 장비와 디바이스 지원·육성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핵심 역할을 맡은 IITP가 준비하는 전략이 있다면.

▲글로벌 5G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5G 장비·디바이스 산업 경쟁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우선 5G 장비를 다루는 중소·중견 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이들이 통신사와 연계해 공동 R&D를 추진하거나 구매조건부 R&D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는 제품 제작 인프라와 국제표준 시험·인증 인프라 등 테스트베드도 지속 구축해 지원할 예정이다. 어렵게 나온 성과들이 보다 쉽게 해외 시장에 판매될 수 있도록 판로개척 지원에도 나선다.

-벌써부터 '6G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IITP의 복안은.

▲통신 세대별 역사를 돌아보면 1G, 3G, 5G와 같은 홀수 세대에서는 신규 서비스가 개화했고, 짝수 세대에서는 홀수 세대에서 제시된 핵심 기술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신규 서비스가 확산됐다. 따라서 현재 5G에서 강조되는 융합 서비스는 실제 6G에서 이르러 여러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다. 현재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은 6G 표준화 착수 예상 시기를 오는 2022~2024년 정도로 발표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5G 최초 상용화를 통해 선점한 시장 선도의 기회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국가 주도의 6G R&D 착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다각도에서 6G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ICT 분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방안과 IITP의 역할은.

▲ICT 소재·부품·장비는 우리나라 주력산업 뿌리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경쟁력의 핵심요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IITP도 대외의존도 극복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ICT R&D 추진방향'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5G 장비·단말부품과 디바이스 국산화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통신이나 전파, AI 관련 원천기술을 기획·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ICT 부품·소재·장비 기술의 시험에 필요한 환경 조성이나 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ICT 인력 양성 사업에도 큰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안다. 특히 신경쓰는 사업이 있다면.

▲ICT 분야에서 주된 문제점 중 하나가 인력 부족이다. 매년 전문인력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실제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우리가 양성키로 했다. 올해 12월 개소를 앞두고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내실화에 매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아카데미는 2년짜리 비학위 과정으로 세계 수준의 SW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기존 국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 해외 유명 교육과정은 프랑스 '에꼴42'를 도입한다. 교수나 교재 없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 단계를 21단계까지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자기주도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산업계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고급 인재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AI 대학원도 주된 인력양성 사업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고려대, 성균관대에 3곳이 문을 열게 됐고, 포항공대와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추가로 선정했다. 예산만 허락된다면 내년에도 추가 선정 계획을 갖고 있다.

◇석제범 IITP 원장은?

서울대 영문학과 81학번이다. 한 때 문학에 관심을 가졌지만 성격에 맞지 않아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4학년 때 결정한 선택이었다. 행정대학원 재학 중이던 1987년 행시에 합격해 공직에 첫 발을 들였다. 31기다.

ICT 분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이었다. 체신부 통신기획과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보직을 거치면서 하나 하나 배워 나갔고, 이후에는 공무원 가운데서는 나름대로 정보통신 전문가로 불리우게 됐다.

ICT 분야 가운데서도 그는 기획 및 정책 분야 전문가였다. 정보통신부에서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정책총괄과, 기술기획과, 정보통신정책과를 거쳤다. 통신경쟁정책과장과 통신기획과장, 재정기획관을 역임했다. 이 와중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생활도 했다.

2008년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정기획관, 국제협력관 정책기획관, 방송진흥기획관, 네트워크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다시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보방송통신 비서관 중책을 맡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ICT 부처와 위원회 및 청와대를 두루 거친 관료 시절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정보통신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지난해 1월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IITP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대담=김순기 전국총괄 부국장

정리=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