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4차 산업혁명과 유방의 '적재적소' 전략

[리더스포럼]4차 산업혁명과 유방의 '적재적소' 전략

사마천 '사기'에 초한전쟁 영웅인 유방의 일화가 있다. 한 고조 유방이 항우와의 쟁투 끝에 천하를 얻고 황제 자리에 오른 뒤 전쟁에서 이긴 이유를 설명했다. “자방(장량의 아호)은 군영계책을 세우는 일에 뛰어나고, 소하는 국가를 지키며 백성을 달래 식량 공급과 운송로가 끊기지 않게 한 일에 뛰어나다. 한신은 백만 군대를 이끌고 공격해 반드시 전투에서 승리했다. 출중한 세 사람을 기용했고, 마침내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유능한 책사인 범증이 있었으나 제대로 쓰지 못해 전쟁에서 진 것이다.”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잘 활용했기 때문에 전쟁에서 승리했고,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 분야의 정보통신 전문 인력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활용되고 있을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서비스를 혁신해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와 사회 전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정보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분한 기술 인력 확보와 적재적소 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시·도 공무원 10만537명 가운데 정보화 담당 인력은 2061명 2.05%로, 2011년 기준 정보화 담당 인력 비중 2.57%에 비해 오히려 0.52%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자체 공무원이 44.0% 늘어난 데 비해 정보화 담당 인력은 14.6% 증가에 그쳤다. 올해 5월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에서 교육청 대상으로 조사한 정보통신 전문직 배치 현황을 살펴보면 건설산업 유관 분야 가운데 정보통신 직렬의 현원 비중은 0.8%로 조달청 조달통계 공사업종별 실적자료(2018년 3분기 기준)의 정보통신 공사 조달 건수 비중 6.5%(3537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공공 분야 정보통신 전문 인력이 부족하면 정보화 사업 행정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정보화 서비스 도입이 지연되고, 나아가 국민의 통신편익 향상이 지체될 수 있다. 정보화 사업 추진에 수반되는 설비 품질이나 신기술이 제대로 평가·도입될 수 없어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성장·발전할 수 없고, 결국엔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공공서비스 품질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 분야 전문 인력 확보와 활용을 위해서는 첫째 민간과 협력해 기존 공공 분야 인력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 정부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분석과 같은 기술을 공공 분야에 적극 활용해 '아드하르'라는 생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회복지, 금융, 전자투표, 교육, 의료 인프라 등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5000명의 정부 IT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둘째 공공 분야에 외부 정보통신 전문가 피를 수혈하는 '전문직위제' 확대와 정보통신 전문직의 신규 채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ICT를 활용한 분야별 공공서비스는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 서울·부산·충남·강원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내부 공모 또는 외부 채용을 적극 확대, 정보통신 전문직 채용을 늘려야 할 것이다. 셋째 정보통신 전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추진돼야 한다. 정보화 사업 업무는 늘어나는데 정보통신 전문 인력 채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담당자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유사 경력을 쌓은 민간 전문가에 비해 급여 수준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오랜 세월 동안 고착화된 정부·지자체 및 교육청 내 직렬 체계와 인원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ICT 중심의 대변환 시점에서 정보통신 선진국 위상을 확고히 하고 우수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전문 인력 확보와 활용에 한 고조 유방의 적재적소 전략을 배우고 실천할 때다.

홍만표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mphong@ki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