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균등침해가 성립하기 위한 적극적 요건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이진형 베율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이진형 베율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이진형 베율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특허침해는 특허발명을 실시할 정당한 권한이 없는 자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속하는 물품을 실시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정하는 것인데, 특허법 제97조에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특허침해는 문언침해와 균등침해로 나뉜다. 문언침해는 침해제품이 특허발명 청구범위의 구성요소 및 그 결합관계를 그대로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균등침해는 침해제품이 청구범위의 구성요소 일부를 균등한 구성요소로 변경하여 포함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특허발명이 A+B+C인데, 침해제품이 A+B+C를 포함하고 있으면 문언침해가 성립한다. 침해제품이 A+B’+C를 포함하고 있는데, B와 B’가 균등물이면 균등침해가 성립하고, 균등물이 아니라면 특허침해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균등침해는 특허출원시 특허권자가 모든 침해태양을 고려하여 청구범위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하고, 침해자는 특허발명이라는 해답을 본 상태에서 특허발명을 변형하여 실시하므로, 문언침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특허침해로 보아 특허권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의 구성요소 변경을 균등침해로 보아야 하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며 그 판단도 상당히 어렵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00년 처음으로 균등침해 법리를 판시하였다. 그 이후 2014. 7. 24. 선고 2013다14361 판결에서 침해제품이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변경한 경우라도, ① 특허발명과 과제의 해결원리가 동일하고, ② 변경에 의하더라도 특허발명에서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작용효과를 나타내며, ③ 변경하는 것이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인 경우, 침해제품에서 변경된 구성요소는 특허발명의 그것과 균등물이라고 보아 균등침해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각각의 요건에 대하여 살펴본다. 제1요건은 과제해결원리의 동일성이다. 특허발명은 종래 이루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발명의 설명 기재와 출원 당시 공지기술 등을 참작하여 특허발명에 특유한 과제해결원리를 파악하고, 구성요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침해제품도 동일한 원리를 채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등침해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요건이며, 균등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대다수 경우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허발명의 가치는 기술발전에 기여한 점에 있다. 제1요건은 침해제품이 이런 가치를 채용하고 있는지를 살핀다고 할 수 있다. 침해제품이 특허발명이 특허를 받는데 기여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포함하여야 균등침해가 성립할 수 있으며, 변경하였다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제1요건은 특허발명이 기술발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특허발명의 실질적 가치를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보호범위를 주기 위한 요건이라 할 수도 있다. 큰 발명에는 과제해결원리를 넓게 보아 균등의 범위를 넓히고, 작은 발명에는 좁게 보아 균등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제2요건은 작용효과의 동일성이다. 침해제품에서 구성요소가 변경되었더라도 특허발명과 작용효과가 실질적으로 동일하여야 한다. 작용효과는 특허발명의 본질적 효과를 의미하며, 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양적으로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경우라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제1요건이 만족되면 통상적으로 제2요건도 만족된다고 보고 있다.

제3요건은 변경의 용이성이다. 침해시 기준으로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침해제품으로 변경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이어야 한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균등침해가 성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침해제품은 특허발명과는 다른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요건만이 쟁점이 되는 경우는 제1, 2요건에 비하여 그리 많지 않다.

대법원 2013다14361 판결에 대해 살펴본다. 전장 크기로 조미된 구운김을 우리가 먹기 쉽게9등분으로 자동 절단하여 수납하는 장치에서, 특허발명은 절단용 칼날이 구운김 아래에 위치하는데, 침해제품은 위에 위치하였다. 절단용 칼날이 균등물인지가 쟁점이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특허발명의 구운김 아래에 위치한 칼날을 과제해결원리로 파악하고, 이들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균등침해를 부정하였다.

그 반면 대법원은 칼날은 과제해결원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후, 구성요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과제해결원리가 동일하고, 구운김을 자동 절단하고 수납하는 작용효과가 동일하고, 특허발명의 칼날 구성을 침해제품처럼 쉽게 변경할 수 있어서, 균등침해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판결은 균등침해의 범위로서 과제해결원리를 파악하고 동일성을 판단하는 방법, 작용효과를 파악하고 동일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상당히 명확하게 제시하였으며, 균등침해의 범위를 종래보다 상당히 넓힌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 더 예를 들어 보자. 특허발명의 청구범위가 탄성 스프링으로 높이 조절되는 팔걸이(A), 다리부(B) 및 등받침부(C)를 포함하는 의자인데, 침해제품이 고무로 높이 조절되는 팔걸이(A’), 다리부(B) 및 등받침부(C)를 포함하는 경우, 균등침해가 성립할지 여부이다.

제1요건 관련하여, 특허발명에서 높이 조절되는 팔걸이 자체에 과제해결원리가 존재한다면 침해제품도 같은 원리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침해제품은 특허발명과 과제해결원리가 동일하다. 다만, 특허발명이 탄성 스프링으로 높이 조절을 하는 점에 과제해결원리가 존재한다면 침해제품은 이런 원리를 채택하고 있지 않으므로, 과제해결원리가 달라 균등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과제해결원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를 바탕으로 파악되며 공지기술 등을 참작할 수 있다.

제1요건이 충족되면, 특허발명과 침해제품은 팔걸이가 높이 조절되는 본질적인 효과가 동일하여 제2요건이 만족된다고 할 수도 있다. 아울러 탄성스프링을 고무로 변경하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서 제3요건도 충족될 수 있다. 이렇게 제1 내지 3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침해제품에서 변경된 구성요소는 특허발명의 균등물로서 침해제품은 특허발명에 대한 균등침해가 성립한다. 제1 내지 3요건에 대한 입증은 특허권자가 하고, 침해자는 높이 조절되는 팔걸이에 관한 공지기술 검색 등을 통해 과제해결원리가 다르거나, 침해제품으로 변경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균등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최근 균등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상당히 증가하였다. 이런 경향은 특허권자 보호에 기여를 하고 있으며, 기술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허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균등침해 및 그 범위를 항상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