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합리적 실시료 산정' 따른 국내외 특허법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이주환 특허법원 국제 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 연구원(법학박사)
<이주환 특허법원 국제 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 연구원(법학박사)>

이주환 특허법원 국제 지식재산권법 연구센터 연구원(법학박사)
 
2019년 7월 9일 고의침해에 근거한 증액손해배상제도를 우리 특허법으로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8항과 제9항이 시행되었다.

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8항과 제9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소액으로 산정되는 현실을 타개하여,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충분히 구제하고, 기업들의 특허발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며, 잠재적인 특허침해행위를 효율적으로 저지함으로써, 우리 특허법이 목적으로 하는 혁신을 통한 산업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된 같은 날에 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5항도 시행되었다. 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은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그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특허법은 구법상의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 개정사항은 기존에 “실시료 상당액”이라는 용어로 칭해졌던 우리 특허법상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방법을, 미국 특허법 제284조가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실시료(resonable royalty)”라는 용어로 새로이 규정한 것에 의의가 있다.

과거 우리법원은 구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이 규정하는 실시료 상당액을 특허권자가 통상실시권을 설정하였을 경우에, 실시권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산정된 실시료 상당액은 특허권자와 침해자의 현실적인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여 상당히 소액의 실시료 상당액이 산정되도록 함으로써, 잠재적인 침해자로 하여금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특허침해행위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따라서 구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이 규정하는 “통상”이라는 단어에 구애되지 말고, 특허권자와 침해자간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잠재적인 침해자의 특허침해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상당한 금액으로 실시료 상당액이 산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되어 왔다.

이런 측면에서 1998년 일본은 구 특허법 제128조 제5항에 해당하는 일본 특허법 규정에서 “통상”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입법을 단행하였다. 우리 대법원도 2006. 4. 27. 선고 2003다15006 판결에서, 우리 특허법 제128조 제5항에 의하여 실시료 상당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ⅰ) 특허의 객관적인 기술적 가치, ⅱ) 특허에 대한 제3자와의 실시계약내용, ⅲ) 침해자와의 과거의 실시계약내용, ⅳ) 당해 기술분야에서 같은 종류의 특허가 얻을 수 있는 실시료, ⅴ) 특허의 잔여보호기간, ⅵ) 특허권자의 특허의 이용형태, ⅶ) 특허와 유사한 대체기술의 존재여부, ⅷ) 침해자가 특허침해로 얻은 이익 등 변론종결시까지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객관적, 합리적인 금액으로 산정하여야 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러한 비판적인 견해를 받아들이는 판시를 하였다.

결국 2019년 7월 9일에 시행된 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은 구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이 규정하고 있었던 “통상”이라는 단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우리 대법원의 이 규정에 대한 법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개정 특허법 제128조 제5항은 미국 특허법상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방법에 대한 법리의 하나인 “합리적인 실시료”와 동일한 용어를 규정함으로써, 특허법 제128조 제5항에 근거한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방법에 대하여 미국 특허법적 사고를 수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합리적인 실시료는 특허제품을 생산, 판매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관련제품시장에서 합리적인 이윤을 남기면서 특허권자에게 자발적으로 지불하려는 실시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미국 특허법 역사에서 판례법으로 인정되어온 일실이익(lost profit)과는 다르게, 합리적인 실시료는 미국 특허법 제284조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손해배상액 산정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실시료는 특허침해로 인한 최소한의 손해배상액으로서, 특허권자가 일실이익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 특허권자에게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특허권자는 관련제품시장에서 자신의 특허를 실시하고 있는 경우에만 일실이익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실시료는 특허를 실시하지 않는 특허권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기능한다. 현행 미국 특허법 제284조는 법문에서 합리적인 실시료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 산정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법원은 특허침해행위의 시작시점에서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특허권의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협상을 자발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설정하여, 양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협상하였더라면 합의할 수 있었던 실시료를 합리적인 실시료로 산정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를 “가상적인 협상(hypothetical negotiation)에 의한 합리적인 실시료의 산정방법”이라고 한다.

지방법원은 가상적인 협상방법에 의하여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황증거를 고려할 수 있다. 1970년 Georgia-Pacific 판결에서, New York 주 남부지구 지방법원은 지방법원이 가상적인 협상방법에 의하여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기 위하여 고려할 수 있는 15가지 정황증거, 즉 ① 확립된 실시료를 증명함에 있어서, 특허권자가 소송 중인 당해특허에 대하여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면서 받았던 실시료, ② 소송 중인 당해특허와 유사한 특허의 사용을 위하여 침해자가 지불한 실시료, ③ 독점적인지 아니면 비독점적인지, 지역적 관점에서 제한적인지 아니면 비제한적인지, 판매제품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라이선스의 성격과 범위, ④ 특허권자가 자신이 특허를 이용하기 위하여 타인과 라이선스계약을 설정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혹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독점력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건하에서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려는 것과 같은, 특허권자가 특허에 대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하여 펼치는 정책과 판매프로그램, ⑤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이거나 혹은 발명자와 촉진자의 관계와 같은 특허권자와 침해자의 상업적인 관계, ⑥ 침해자의 다른 제품의 판매를 증진시키는데 있어서 특허제품의 판매효과, 비특허제품의 판매촉진제로서 특허의 존재가치, 파생적 판매와 전파적 판매의 정도, ⑦ 특허권의 존속기간과 실시권의 계약기간, ⑧ 특허제품의 수익성, 상업적 성공, 현재의 인기도, ⑨ 유사한 결과를 위하여 사용되었던 예전의 방식 혹은 장치에 비하여 뛰어난 특허제품의 유용성과 장점, ⑩ 특허의 성격, 특허권자가 생산하는 특허제품의 상업적인 특징, 특허를 사용한 자에게 발생한 이익, ⑪ 침해자가 특허를 사용한 정도와 침해자의 특허의 사용에 대한 가치를 증명하는 증거, ⑫ 특허발명 혹은 유사한 발명을 사용한 특정 영업 혹은 유사한 영업에서 특허의 사용에 대한 관행적인 이익 혹은 판매가격, ⑬ 비특허요소, 제조과정, 영업상의 위험 혹은 침해자가 추가한 중요한 특징 혹은 개선사항과는 구별되는 특허로 인한 현실적인 이익, ⑭ 능력이 있는 전문가의 의견증언, ⑮ 합리적인 실시료는 만약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특허침해행위의 시작시점에서 자발적으로 협상하려고 하였다면 합의할 수 있었던 실시료, 즉 특허를 구체화하는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 위하여 실시권을 획득하기를 원하는 신중한 실시권자가 자발적으로 지불하려고 하였던 실시료이면서, 동시에 실시권을 자발적으로 설정하려는 신중한 특허권자가 받아들이려고 하였던 실시료를 열거하였다.

Georgia-Pacific 판결이 언급한 정황증거를 흔히 “Georgia-Pacific Factors”라고 칭하고, Georgia-Pacific Factors는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Georgia-Pacific Factors의 15가지 정황증거는 Georgia-Pacific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에 미국법원들이 합리적인 실시료를 산정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New York 주 남부지구 지방법원이 이들을 하나로 모아서 조합한 것이다.

그러나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자발적인 라이센서와 자발적인 라이센시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가 제3자와 라이선스를 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건에서는 부적절한 산정방법이 된다고 비판받아 왔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제3자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특허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획득하려고 하는 사건에서,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합리적인 실시료의 산정방법으로 부적절한 산정방법이 될 수 있는 확률이 크다. 또한 가상적인 협상방법에 의하여 산정된 합리적인 실시료는 침해자에게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을 체결하게 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침해자의 입장에서는 특허권자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특허침해행위를 선택하게 하는 간편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비판받아 왔다.

따라서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실제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여러 상황들이 가상적인 라이선스협상시점에 존재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지방법원이 산정한 합리적인 실시료에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Georgia-Pacific 판결은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양 당사자가 관련제품시장에서 처한 상황, 즉 ① 당사자들의 상대적인 협상능력, ② 특허권자가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예상이익, ③ 침해자가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예상이익, ④ 특허권을 둘러싼 과거의 상업적인 활동, ⑤ 특허가 이용되는 관련제품시장 등의 경제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결국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본질적으로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특허침해행위의 시작시점에서 라이선스협상을 한다는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지만,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경쟁하고 있는 관련제품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구제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즉 Georgia-Pacific 판결의 판시사항대로, 관련제품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실시료가 산정된다면,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서 합리적인 실시료는 합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구제하기 위한 “정의의 도구(aid of justice)”로서 기능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이 소액으로 산정되고 있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특허법상 합리적인 실시료의 산정방법에서도 “특허권자와 침해자의 가상적인 협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미국 특허법상 가상적인 협상방법은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특허침해행위의 시작시점에서 라이선스협상을 한다는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지만, 특허권자와 침해자가 경쟁하고 있는 관련제품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구제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특허법상 합리적인 실시료의 산정방법에서 “가상적인 협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현재보다 고액의 실시료를 산정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특허법상 증액손해배상제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현재보다 고액의 손해배상액이 산정되도록 함으로써, 특허침해를 당한 특허권자를 적절하게 구제하고, 기업들의 특허발명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며, 잠재적인 특허침해행위를 저지함으로써 우리 특허법이 목적으로 하는 혁신을 통한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