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7>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2)

[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7>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2)

전 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비교해 설명했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과 산업인터넷 컨소시엄(IIC), 사이버-물리 체계(CPS)와 디지털 트윈(DT), 참조 아키텍처 4.0(RAMI 4.0)과 산업 인터넷 참조 아키텍처(IIRA) 등 각각의 수준별 또는 영역별로 비교하면 양자 간에는 서로 비슷한 면도 많지만 다른 면도 많다.

CPS로 대표되는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은 정부가 주도해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 주도로 인더스트리 4.0 개념을 확립한 다음 2011년 인더스트리 4.0이 본격 출범할 때는 산업협회가 주도했다. 인더스트리 4.0을 약 2년 동안 추진한 성과를 분석한 결과 당초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고, 2013년 정부가 주도하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전환됐다. 인더스트리 4.0은 중소 제조기업이 주된 대상이며, 현재 500여개 시범기업(테스트베드)이 참여하고 있다.

DT로 대표되는 미국의 4차 산업혁명 프로그램인 IIC는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IIC는 2014년 3월 AT&T, 시스코,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인텔 등이 설립했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IIC는 상호 연결된 기계와 소자 및 지능형 분석 중심으로 하는 산업인터넷 기술을 개발해 채택하고 확산시키는 것을 가속함으로써 참조 아키텍처, 안전 프레임워크와 개방형 표준, 실제 적용을 통해 통찰력과 사고에서의 리더십, 상호 운용성, 안전이 어우러진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다. 2015년 6월 센서에서 시작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업에 활용하는 등 넓은 범위에 걸쳐 기능 영역별로 기술 및 표준을 정하는 IIRA를 조직, 활용에 필요한 내용을 권고하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2011년 첨단제조 파트너십 2.0 사업과 2013년 국가 제조업 혁신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첨단 제조기술을 개발·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CPS와 DT가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체계와 운용체계(OS)가 잘 갖춰져야 하고,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화된 아키텍처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의 활동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참조 아키텍처에 필요한 표준을 제정하는 것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완벽한 참조 표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주요 대상인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표준 활동에 미적지근해서 참여가 저조했으며,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더스트리 4.0 계획 전반에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산업인터넷 컨소시엄은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IIRA를 만들어 보급하고 확산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국내외 많은 기업이 IIRA에 참여함에 따라 참조 표준을 늘려 가고 있다. 자산 운용, 상황 모니터링, 딥러닝 시설 등 특정 산업의 영역별로 적합한 참조 아키텍처를 만들어 산업계가 수용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테스트베드를 운용하고 있다. 2016년 6개이던 테스트베드가 2019년 현재 25개로 늘어났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반인 디지털 정보처리 체계에 관한 두 진영의 접근 방향을 굳이 비교한다면 독일은 완성도 높은 표준 체계를 먼저 만들어 보급하는 전략을 택한 반면에 미국은 산업 영역별로 활용할 수 있는 참조 아키텍처를 만들어 확산시키면서 표준을 완성해 가는 전략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는 데 동력을 제공할 범용 기술에 대해 살펴보겠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