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T 회장 선임 '독립성' 요건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이번에는 정말 외풍 없이, 독립적으로 회장을 선임할 것입니다.”

차기 회장을 선임할 KT 이사 대부분은 취재에 응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독립성이라는 가치만큼은 확실하게 고수하겠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KT이사회는 내부 인사 면접과 공모, 헤드헌팅 방식으로 37명의 차기 후보를 접수하고 검증에 착수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독립성은 신임 KT 회장이 정당성을 얻기 위한 핵심 가치다. 역대 KT 회장 선임 절차가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민기업 KT가 외풍을 차단한 채 제대로 된 인물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일은 통신 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차기 회장 자격 요건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 다. KT는 회장 후보 자격 요건으로 기업경영 경험을 명시했다. 정부 관료 또는 정치권 출신의 자격 없는 인물이 회장으로 올 가능성을 차단한 조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 변화에 부합해 KT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비전과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을 더욱 구체화해서 제시했으면 한다.

투명성 또한 중요한 가치다.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후보자 능력에 대한 공개 검증과 외부 의견 수렴이 필수다. KT 이사회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공모 절차를 외부에 알렸고, 공모 마감 이후에는 지원자 수를 공개했다. 역대와 달라진 모습임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한다.

평가 기준 공개와 함께 부합하는 5~6명의 후보자를 압축, 이사회가 공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포스코 이사회 승계카운슬이 면접 대상자를 약 5명으로 압축해 언론에 공개한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후보자 공개 시 무분별한 루머와 견제로 회장 선임 절차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KT가 차기 회장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 주고 싶다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