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9>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협력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9>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협력

“이번 학기 과제를 혼자 하면 안 될까요?” 3인1조로 하는 팀별 과제를 혼자 하겠다고 나선 학생이 둘이나 된다. 혼밥, 혼술이 유행한다더니 혼과제까지 등장하는 건 시대 변화의 흐름인지 잠시 지나가는 유행인지 혼란스럽다. 오히려 소통과 공동 작업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추세가 우려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9>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협력

협력은 단독으로 버거운 업무나 대규모 작업을 함께함으로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다양한 전문 기술이 융합되고, 외롭지 않게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공동 업무가 가져오는 불편함과 기여도의 불평등한 평가가 걸림돌이 돼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것도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융합시대에 강조돼야 마땅한 협력이 외면되면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나서서 '함께 일하는 가치'를 재해석하고, 협력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갈아치우고, 금모으기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한 단합에는 강한 우리나라가 협력에는 취약한 것이 아이러니하다.

협력의 최대 걸림돌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구태의연한 평가 체계다. 협력자가 실적에서 도외시되는 평가제도가 '함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현재 정부 평가제도는 누가 법·제도를 만들었는지, 정책 수행의 주관 기관이 누구인지가 중요할 뿐 지원한 기관은 전혀 중요시하지 않는다. 성과 평가 체계를 개편해서 주연과 조연이 성과를 공유하는 평가 체계를 수립하지 않으면 기관 간 협력은 요원하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대학, 대기업에 만연한 주인공 중심 문화의 혁신이 시급하다.

“공동작업이 싫어요!” 열심히 작업한 업무의 실적을 독차지한 동료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직원이 이해된다.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협력 업체의 아이디어와 공로를 빼앗아간 대기업 임원에게 차기 과제에서 불이익이 두려워 한마디 불평조차 할 수 없다. 과거 협력 업체를 하청 업체로 치부하던 행태가,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 협력을 강요하는 부당함이 여기저기 존재한다. 물론 협력 업체의 불성실을 하소연하는 주관 업체의 어려움도 해결돼야 하는 과제다. 다양한 전문성이 결합해 최고 결과를 창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감안할 때 단순한 걱정 차원을 넘는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9>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협력

협력 상시화의 최선은 신뢰 구축이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구성원들의 신뢰가 결여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기업과 대학이 상호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서로가 도움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함께해야 한다. 학교와 연구소가 서로의 능력을 존중하고, 기업과 정부가 진심으로 의지하는 문화 형성이 협력 효과를 극대화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대학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기업의 고충을 알기는 하는가” “연구소가 미래를 이끌지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비분강개하는 마음을 새로운 도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산·학·연·관이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두고 강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9>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협력

협력은 구호와 형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상호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고 체득함으로써 가능하다. 초등학교부터 학교 교육에 팀을 이뤄 학습하고 돕고 지원하는 생활을 연습해야 한다. 교실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하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고, 스포츠와 교외 활동 등에서 '함께'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융합의 결과에 있다면 그 수레를 끄는 원동력은 당연히 상호 협력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