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4.2초의 마법 'BMW X3 M'…스포츠카보다 짜릿하다

'100㎞/h까지 4.2초.'

누군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100㎞/h를 넘어선다. 사냥감을 만난 야수처럼 몸놀림은 날렵하다. 스펙과 성능만 놓고 보면 스포츠카가 떠오르지만, 이 차는 엄연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이번에 시승한 BMW X3 M은 고성능에 넉넉한 공간, 안락한 승차감까지 BMW M이 지닌 기술력의 한계를 시험하듯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BMW X3 M.
BMW X3 M.

X3 M을 개발한 BMW M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BMW의 고성능차 부문이다. M은 BMW가 1960·70년대 모터스포츠에 성공한 BMW가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1972년 설립했다. 이후 수많은 M 모델을 선보였으나 X3 라인업에 M 전용 모델을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MW X3 M.
BMW X3 M.

BMW는 X3를 SUV가 아닌 SAV라 부른다. 스포츠액티비티차량(Sports Activity Vehicle)이란 의미인데 그만큼 BMW의 특유의 역동성을 잘 담아냈다. M 배지를 더한 X3 M은 스포츠카 수준의 뛰어난 민첩성과 정교함을 바탕으로 M 모델에 어울리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BMW X3 M.
BMW X3 M.

시승에 앞서 외관을 살폈다. 차체는 전장 4725㎜, 전폭 1895㎜, 전고 1670㎜에 축간거리 2864㎜로 대표적 국산 SUV 싼타페와 비슷한 크기다. 과거와 달리 달리기에 중점을 둔 BMW도 공간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어느 좌석에 앉아도 머리나 무릎 공간이 모두 넉넉한 편이다. 여기에 X3 M은 M 전용 디자인 요소를 넣어 기존 X3와 차별화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더 공격적 형상의 범퍼 디자인을 비롯해 외관 곳곳에 M 배지를 적용해 이 차가 고성능 모델임을 나타낸다.

BMW X3 M 실내.
BMW X3 M 실내.

실내로 들어서면 M 전용으로 설계한 전동 조절식 스포츠 시트가 몸을 편안히 감싼다. 330㎞/h까지 표기된 화려한 그래픽의 계기판에 가죽 스티어링휠, 변속기 셀렉터 등에 M 모델임을 나타내는 전용 디자인 요소로 역동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면 공기흡입구와 에어블레이드, 리어 디퓨저와 외장 미러캡 등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소재를 적용한 M 카본 외장 패키지 옵션도 고를 수 있다.

330㎞/h까지 표기된 화려한 그래픽의 계기판.
330㎞/h까지 표기된 화려한 그래픽의 계기판.

시동을 걸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포효한다. 이 엔진은 M xDrive와 맞물려 M이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트윈파워 터보 기술을 사용한 이 엔진은 3.0ℓ의 배기량만으로 엄청난 괴력을 뿜어낸다. 최고출력은 엔진 회전수 6250rpm에서 480마력, 최대토크는 2600~5600rpm 긴 구간에서 61.2㎏·m의 폭발적 힘을 쏟아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이 4.2초에 불과해 살짝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가속력을 맛볼 수 있다. 최고속도는 안전을 위해 250㎞/h에서 제한하도록 설정했다.

M 전용으로 설계한 전동 조절식 스포츠 시트.
M 전용으로 설계한 전동 조절식 스포츠 시트.

넘치는 힘은 M 전용 사륜구동 시스템인 M xDrive와 액티브 M 디퍼렌셜의 제어를 통해 상황에 맞게 네 바퀴에 고르게 배분된다. 덕분에 안정적인 승차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속도에 따라 빠르게 기어를 바꾸는 8단 자동 M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스포츠카처럼 민첩성을 구현해냈다.

BMW X3 M.
BMW X3 M.

세단이나 쿠페에 비해 전고가 높은 SUV 형태를 지녔지만 고속도로에서 흐트러짐 없는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이런 역동성과 안락함은 M 특유의 정교한 맞춤형 섀시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 M 전용 스티어링과 M 컴파운드 브레이크 등 섀시 기술과 조화를 이뤄 운전자의 의도대로 날카로운 핸들링과 제동 성능을 보여준다.

M 로고를 새긴 변속기와 차량 제어 버튼들.
M 로고를 새긴 변속기와 차량 제어 버튼들.

버튼 하나로 세 가지 모드 설정이 가능한 M 전용 서스펜션의 전자제어식 댐퍼도 인상적이다. 모드 설정에 따라 일상 주행의 편안함과 극한의 주행성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 조향 설정 역시 버튼 하나로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차체자세제어장치(DSC) 시스템을 통해 M 다이내믹 모드에서 휠 슬립을 제어할 수 있고, iDrive 메뉴를 통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될 내용을 지정할 수도 있다.

BMW X3 M.
BMW X3 M.

시승을 통해 체험한 X3 M은 중형 SUV 시장에서 가장 운전이 재밌는 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력한 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경제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시승 시 연비는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에서 9㎞/ℓ, 도심에서는 6㎞/ℓ 정도를 기록했다. X3 M가 인증받은 복합 연비는 7.1㎞/ℓ이다. 가격은 1억580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