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95>촉감의 시대, CEO는 '터치감'에 주목해야

21세기는 촉감(touch)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모든 외부와 소통이 터치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를 설득하기 위한 촉감에 대한 연구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어쩌면 미래에 알뜰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백화점에서 한번 입어 볼 것을 권하는 종업원을 경계하거나, 홈쇼핑에서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을 경계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을 대비해야 할 상황에 놓인 듯하다.

촉각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준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촉각과 관련해서는 신체화된 인지효과(embodied cognition effect) 또한 중요하다. 신체화된 인지효과는 몸으로 전해지는 전반적인 느낌이 우리 생각과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다. 앉아있는 의자가 푹신한지 딱딱한지, 발바닥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따뜻한 질감의 카펫인지 아니면 차가운 질감의 대리석인지, 손으로 만져지는 대상은 부드러운 느낌인지 딱딱한 느낌인지에 따라 우리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몸 전체로 전달되는 느낌은 촉감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이는 촉감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동경제학 분야 관련 실험에서도 신체화된 인지효과를 확인해 주는 실험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실험 대상자에게 차가운 커피 잔을 들고 특정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을 경우, 상대적으로 강한 성격이라는 답변이 많아진다. 이에 반해 따뜻한 커피 잔을 들고 같은 질문을 했을 경우에는 부드러운 성격이라는 답변 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손으로부터 전해지는 커피 잔의 질감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다른 유사 실험으로는 미술품에 대한 평가 실험이 있다. 딱딱한 바닥 위에서 미술품을 감상할 때와 부드러운 카펫 위에서 미술품을 감사할 때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딱딱한 바닥 위에서는 해당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차갑게 해석하는 반면, 부드러운 바닥 위에서는 해당 작품의 의미를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역시 바닥으로부터 전달되는 질감이 작품 해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촉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체온이다. 당연히 실내온도에 따라서 해당 매장에 대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매장 내에서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 역시 적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DVD 대여점을 통한 실험 결과, 대여점 내 실내온도를 낮출 경우 상대적으로 로맨스 영화에 대한 대여가 늘어나는 반면, 실내온도를 높이면 상대적으로 공포 영화 등에 대한 대여가 증가한다.

촉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처럼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는 촉각에 대한 학습을 게을리 해왔다. 그것은 그동안 촉각을 활용한 터치는 목적이 아니라 언제나 수단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들 중 촉감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옷감이나 이불 등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 물건들에 국한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소비자에게 '터치' 내지 '촉감'이 갖고 있는 의미란 수단적인 용도가 더 컸다. 특정 제품의 품질이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만져보는 수준이었다. 야채나 과일과 같은 식자재의 신선도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만져본다든가, 필기구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써보는 등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초반에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촉각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제품 성능을 평가할 때, '터치감이 좋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이는 터치스크린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휴대폰, 노트북 등과 같은 전자기기에도 터치스크린을 적용하고 있고, 주요 공공 안내표지판 역시 키오스크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자동차 역시 기계식 버튼에서 터치스크린으로 대체되고 있다. 학교 역시 이제는 전자칠판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만져야 작동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