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용자 위한 보험약관 불가능한가

[기자수첩]이용자 위한 보험약관 불가능한가

“계약자는 계약일부터 2년 이후 계약이 유효한 경우 보험 연도마다 4회에 한해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 인출 시점의 적립 부분 해지환급금(단 기본계약 해지환급금이 적립 부분 해지환급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기본계약 해지환급금을 한도로 하며, 이 약관에서 정한 보험계약대출이 있을 경우…)”

보험약관에 있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이처럼 보험약관은 대부분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보험약관을 살펴보는 것 또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내가 가입한 보험약관을 정독해 본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태반이 '없다'라는 답변을 하기 마련이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질문에서도 '약관·상품설명서가 너무 어려워서 불편하다'는 응답이 전체 90%에 이르는 등 보험 민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험약관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용어'와 '법률 관계를 정확하게 규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한 예로 '보험금'과 '보험료'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즉 생소한 용어나 약관으로 내가 가입한 상품의 혜택이 무엇인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암보험금 미지급이나 즉시연금도 모두 이 약관과 관련이 있었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가 이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용어 개선과 시각 자료를 제공하는 등 '보험약관 개선 로드맵'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소비자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본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법정 분쟁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면서 본질에 대한 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상품설명서 기재 사항 등을 규율하는 관련 법규의 개정 없이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금융 당국의 노력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수십년 동안 돈을 내는 보험약관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까.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약관은 불가능한 것일까. 소비자 물음에 금융 당국과 보험회사는 답을 내놔야 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