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공격적, 지출은 보수적…'엇갈린 소비심리'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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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자산관리 선호도가 예금·적금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모험성향이 두드러졌다.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물가와 일자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늘었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에 따르면 국가경제와 관련한 3개 조사항목 중 국내경기를 제외한 2개 항목, 물가와 일자리에 대한 반응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다.

우선 물가에 대해서는 지난 6개월 평가와 앞으로 6개월 전망 모두 지수가 올라갔다. 올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됐고 앞으로도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4분기 물가평가지수는 60.5로 1분기 대비 긍정적 방향으로 10.4P 이동했고, 물가 전망도 매분기 긍정 쪽으로 이동(58.3→59.4→60.5→63.5)했다. 지수는 100보다 작을수록 부정적 응답이, 100보다 클수록 긍정적 응답이 많은 것이다.

사상초유 마이너스 물가(9월, -0.4%)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전과 다른 물가 흐름을 느끼며 디플레이션 경고를 체감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일자리 평가지수도 1분기 57.3에서 4분기 63.6으로 6.3P 상승해 긍정적 변화가 눈에 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응답자 중 고령층 남성에게서 긍정적 변화가 압도적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60대 남성은 1분기 36.0에서 4분기 49.0으로 무려 13.0P 상승했고, 50대 남성도 같은 기간 10.5P 긍정적 평가가 늘었다. 30대 5.7P, 40대 6.5P 증가에 비해 2배 가량 상승폭이 컸다. 정부 재정으로 노인 단기 일자리가 주로 늘었다는 세간의 비판적 분석과 일치한다.

개인경제(소비지출 포함) 관련 항목에서는 부정적 방향으로 변화가 컸다. 지난 6개월 저축여력에 대한 평가 지수는 1분기 70.5에서 4분기 64.7로 부정평가가 5.8P 늘었다. 저축할 돈이 줄었다는 인식의 주된 원인은 지출 증가다.

지출항목 가운데 내구재 구입비와 주거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구재는 1분기 85.2에서 4분기 79.5로 5.7P가, 주거비는 104.4에서 99.1로 5.3P가 낮아졌다. 제조업 경기와 직결되는 내구재 소비를 줄이겠다는 반응은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움을 암시한다.

개인경제는 부정 쪽으로 국가경제는 다소 긍정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국가경제 체감지수 절대치는 여전히 낮아 60점대 초반(물가평가 60.5, 물가 전망 63.5, 일자리평가 63.6)에 머물고 있다. 긍정변화냐 부정변화냐 차이가 있을 뿐 개인경제, 국가경제 모두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적금, 부동산투자, 주식펀드, 암호화폐 등 자산관리 방안에 대한 평가는 4개 항목 모두 큰 변화를 보였다. 예·적금과 주식펀드에 대해서는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줄어든 반면 부동산투자와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그 반대였다.

특히 부동산 투자 심리가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투자를 권유하겠다는 응답 지수는 1분기 80.2에서 지속 상승해 4분기 95.9로 15.7포인트(P) 증가해 모든 지수 중 변동폭이 가장 컸다.

반면 예·적금을 권하겠다는 응답 지수는 같은 기간 129.3에서 118.6으로 10.7P 하락했으며 주식·펀드 권유 의향 또한 8.2P 줄었다. 잇단 금리인하에 따라 매력이 떨어진 현금(예·적금)에서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암호화폐 투자 권유의향 지수는 31.5에서 38.0으로 늘었지만 재테크 방안으로서 소비자 관심도는 여전히 냉랭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