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마음을 얻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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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 마음을 얻는 자

1위 이낙연, 2위 황교안….

수개월째 요지부동인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순위다. 두 인물에게는 '국무총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지금은 '현직 야당 대표인 전직 총리'와 '여당 복귀 예정인 현직 총리'라는 대척점에 서 있지만, 이들의 행보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미래 권력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지율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보여 준 이미지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6년 12월 9일부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5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절체절명의 국정 공백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했다. 그 과정에서 법조인 출신이라는 대쪽 같은 이미지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중후한 화법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이미지가 결국 그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정치에 발을 들이고 40여일 만에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된 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와 전혀 다른 말을 쏟아낸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낙연 총리의 인기도 그의 화법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대정부 질문에서 송곳 같은 야당 질의에 흔들리지 않고 핵심을 짚는 답변에 시원함을 느낀 국민들의 호감이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훈장이 더해졌다. 꼼꼼한 국정 수행 능력도 검증됐다.

이들 대권 주자를 언급하는 것은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로서 각각 1년 6개월여 동안 두 명의 총리를 비교적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 황 대표는 스스로 권위를 만들고 흔들리지 않도록 지키는 스타일이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국정의 빈틈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의 무게감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리라.

이 총리는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태도가 가장 큰 강점이다. 또 사안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빠른 상황 판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스타일이다. 그의 화법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한다.

총리로서 첫 해외 순방지인 불가리아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의 마음을 열게 한 것도 이 총리의 화법이다. 이들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불가리아 홍수와 전투기 조종사 파업 등에 관한 질문으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러자 이 총리는 “부르가스 지역의 홍수로 많은 재산 피해를 본 주민을 위로하고 인명 피해에도 조의를 표한다”면서 “부르가스시는 우리나라 울산과 자매도시여서 가슴이 더 아프다. 홍수 피해가 빨리 복구되길 바란다”며 위로를 전했다. 통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르가스'라는 지명을 듣고 울산시와의 인연까지 순식간에 풀어낸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말이다.

이제 두 명의 총리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장기 레이스에 나선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다. 정치인의 숙명이다. 승부는 누가 더 나의 마음을 더 잘 아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에서 갈릴 것이다. 민초들의 마음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누가 더 국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결국 마음을 얻는 자가 이기는 법이다.

양종석 미래산업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