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새해는 달라져야 한다

[강병준의 어퍼컷]새해는 달라져야 한다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주마등처럼 지나간 1년이었다. 2010년대 마지막 해를 보내는 마음은 착잡하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도 크지만 끝맺음이 영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업계 현안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불행히 해법은 모두 '맹탕'이었다. 고체도, 액체도 그렇다고 기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멈춰 버렸다. 주먹다짐으로 꾹꾹 눌러 놓았을 뿐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따로 없다.

제일 아쉬움은 역시 '데이터 3법'이다.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1년 내내 부르짖었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모두 경제 법안이지만 허송세월만 보냈다. 데이터 3법 없이는 AI후진국에 머문다는 경고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그나마 여야가 법안 통과에 합의를 이뤄 다행이다. 오직 표에만 몰두하는 국회상황을 볼 때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여전히 걱정이다. 뒤처리를 못하고 화장실을 나온 딱 그 기분이다.

'원전'도 어정쩡한 상태다. 정부는 마이웨이를 외치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10년 연장 승인을 받은 월성 1호기는 결국 4년 만에 영구정지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에너지 가운데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이라는 원전의 장점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원전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 불가다. 수십 년 공들인 원전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후대의 평가가 궁금하다.

'타다'논쟁도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정치권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불법으로 규정짓고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 “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법은 통과됐으니 겉으로 끝난 듯이 보인다. 하지만 누구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신기술에 가장 민감하고 수용도가 높다는 정보기술 강국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안타깝다.

결국 종착지는 '규제' 이슈다. 따져보면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52시간, 최저임금, 공정거래 등 모든 현안은 규제라는 키워드로 수렴한다. 산업계 '블랙홀'로 부를만하다. 백해무익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모두가 외쳤지만 정작 '규제 철옹성'이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순위로 규제 개혁을 꼽지만 정작 '규제라는 괴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규제 샌드박스를 포함해 여러 정책에도 누구도 1년 전과 비교해 나아졌다고 느낌이 없다. '찝찝한' 2019년을 보내야 하는 결정판이다.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이틀 후면 2020년이 열리고 새로운 10년이 시작한다. 시간을 쪼개 보면 큰 의미 없지만 2020년은 상징성이 크다. 10년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 기대에 희망이 싹트는 법이다. 달이 차는 데로 달력이나 넘기며 시간을 보낸다면 어제와 다를 바 없다.

수많은 숙제가 새해로 넘어갔다.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먼저 깃발을 들어야 한다. 다행히 기업은 언제나 '스탠바이' 상태다. 기업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잠깐 졸면 바로 저세상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기업 발목만 잡지 않아도 내일은 오늘과 분명히 다르다. 새해부터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2020년이 찝찝하지 않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