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38>디자인 싱킹이 살아 숨쉬는 스마트시티(1)

[김태형의 디자인 싱킹]<38>디자인 싱킹이 살아 숨쉬는 스마트시티(1)

인간중심 문제해결방식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분야로 스마트시티를 꼽는다. 이는 기존 스마트시티가 다양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둔 것에 반해 최근 실질적인 도시 활동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면서 데이터 기반 시민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시티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경영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2017년 스마트시티의 진화 방향으로 공공 역할에 대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도시 혁신을 위해 시민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는 스마트시티에서 시민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도시 내 구축한 인프라 기반으로 연결된 도시 데이터를 활용하고 협력하는 스마트한 시민이 직접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시티 진화 방향을 논하기 이전에 스마트시티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그동안 디자인 싱킹 워크숍, 교육 및 연구 등을 통해 도시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바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누구를 위한 스마트시티인가. 궁극으로 도시 주체이자 사용자는 시민이다. 그러나 초기 스마트시티는 도시 사용자에 대한 이해보다 단순히 정보처리기술과 유비쿼터스 서비스 구현을 위해 개발자 사고 방식에서 추진됐다. 시민과 도시 안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활동과는 무관하게 도시를 단순한 네트워크 구성 요소로 국한한 것이다. 이는 스마트시티가 도시 내 시민의 실질 경험과 공간 이미지로 구현되지 못하는 이슈를 가져왔다.

둘째 시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시민의 실질 체험과 삶의 가치를 포함해 그들 관점에서 구현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동안 스마트시티는 시민 관점에서 역사·사회·문화·지역 특성을 포함한 인문학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체득해 온 도시공간에서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 관계 속 소통과 협력 관점에서 스마트시티는 물리공간과 가상공간의 융합을 넘어 제3공간으로 진화하기가 어려웠다. 이제 도시는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해 온 물리공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함께 걸어 온 시민과의 시간과 경험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관점에서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 및 스토리의 공진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의 삶과 얼마나 함께하는가. 시민에게 스마트시티란 그동안 학습된 경험, 즉 아직 완전하지 않은 기술의 무리한 적용으로 인해 여전히 '기술자적 차가움'을 떠올리게 한다.

시민에게 실제 도시란 무엇인가. 구글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로 알려진 캐나다 토론토의 워터프론트 개발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18개월 동안 시민에게 미래에 원하는 도시 모습을 물어 본 결과 그 어느 누구도 현대식 건물과 화려한 도시, 로봇·자동차 같은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안전한 거리가 있는 곳, 좀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보도, 스마트폰보다 세상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곳, 독창성이 있으면서 저렴한 곳, 집이라고 부르고 싶은 곳 등과 같은 언어로 그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에서 지향해야 하는 '스마트'란 단어의 본질 가치는 무엇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의 포용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이 아닐까. 도시에서 살아갈 시민과 삶의 맥락 속 보이지 않는 기술을 연계해 그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서 실질 도움이 되며 삶의 근원이 확장될 수 있도록 공감·체감·지원하는, 이것이 진짜 스마트시티의 역할이 아닐까. 당신이 생각하는 스마트시티란 무엇인가.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