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마트폰 '숫자' 너머의 혁신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박정은 통신방송과학부 기자
<박정은 통신방송과학부 기자>

'아이폰11 프로, 1라운드 탈락.' 미국 유명 유튜버가 진행한 스마트폰 카메라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다.

애플이 강력한 카메라 성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 결과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 사진 결과물만을 보고 테스트에 참여한 소비자는 중국 '원플러스7T'에 높은 점수를 줬다.

테스트에는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샤오미 미노트10(CC9 프로)도 포함됐다. 카메라 스펙만으로는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모델이다. 다만 결과는 스펙에 비례하지 않았다. 미노트10 역시 삼성전자 갤럭시S10e에 패해 1라운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국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카메라 '숫자' 경쟁에 불이 붙었다. 화웨이가 독일 라이카와 협력·설계한 4000만 화소 카메라로 승부수를 던졌고, 샤오미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1억800만 화소 센서를 선제 탑재했다. 오포·비보는 저가 모델에도 4800만 화소를 장착하는 추세다.

카메라 숫자도 늘렸다. 트리플은 흔하고 펜타·쿼드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숫자로 표현되는 카메라 스펙은 이렇다 할 차별화 요소를 제시하기 어려울 때 쉽게 마케팅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항목이다.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리한 것처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뒤를 쫓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미국에서 공개할 갤럭시S20(또는 S11)에는 1억8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미노트10에 장착된 센서 역시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만큼의 숫자로 나타나는 기본적 스펙은 사실상 동일하다.

1억 화소,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에 비견되는 스펙이다. 삼성전자가 단순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의식해 카메라 숫자 경쟁에 나섰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케팅용 숫자 너머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혁신 가치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