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테슬라도 어렵다던 '도심 항공'...현대차·우버는 왜 만났나?

혁신의 아이콘 테슬라는 '어렵다, 안 된다'고 했고, 현대차는 '임자 해봤어?'라며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도심 항공기는 획기적 아이디어지만 이착륙 때 대량의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되고, 사고 땐 상상 이상의 피해가 이어진다”며 사업성에 대한 불안함을 강조했다. 이동수단 분야에서 배터리 기반 전동화를 가장 많이 경험한 머스크 CEO도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 사업이다.

이런 부정적 전망에도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우버와 '개인용 비행체(PAV)' 개발을 포함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세계적 차량 개발·제조 인프라를 갖춘 현대차와 세계 1위 차량공유기업 우버의 도전은 일부 부정적 시선에도 미래 UAM 사업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제작해 CES 2020에 처음 공개한 PAV 콘셉트 S-A1.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제작해 CES 2020에 처음 공개한 PAV 콘셉트 S-A1.

이들이 글로벌 유수 업체보다 한발 앞서 UAM 사업에 협력한 이유는 도심 항공 이용 수요가 늘어 '매스마켓(Mass Market)'으로 성장할 것을 확신해서다.

머스크 CEO가 우려하는 비효률적 에너지소비는 향후 배터리 성능 고도화로 해결하고, 안전성 역시 2중·3중 보완책을 마련한다.

현대차 UAM사업부 관계자는 “로터(일종의 프로펠러)를 여러 개 사용하기 때문에 로터 1~2개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로터로 제어가 충분한 기술 대책과 비행체용 낙하산도 장착할 방침”이라며 “배터리는 상용시점에 맞춰 에너지 밀도가 높은 최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겠지만, 일부는 다른 연료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목표로 한 상용화 시점이 2028년인 만큼 동력 단절이나 기체 결함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다양한 대처 기술을 마련하고, 이착륙 시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차세대 배터리 확보 전략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우버는 왜 만났나

현대차의 완성차 주행기술, 제작·생산 경쟁력과 우버가 그동안 쌓아온 모빌리티 분야 각종 데이터, 선행 항공 기술 등이 상호보완으로 작용하며 서로의 약점을 충족시켰다.

2016년부터 도심형 비행체 개발에 착수한 우버는 이미 미국 벨, 보잉·엠브레어 등 세계 유수 항공기 제작사와 협업 중이다.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항공택시 개발 프로세스를 외부에 개방, 개인용비행체(PAV) 제작 기업의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결국 테슬라가 전기차 제작 핵심인 원통형 전지 관리·응용 기술 특허를 개방해 시장을 키웠던 것처럼 우버도 관련 기술 공개나 각종 협력으로 시장 판을 키우고 있다.

우버는 또 오는 2023년 호주에서 '에어 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 사업성을 검증 받겠다는 의미다. 이런 우버가 현대차를 택한 건 매스마켓을 대비한 대량 생산 파트너 성격이 크다.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량 생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현대차의 대규모 제조 역량은 우버 엘리베이트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현대차의 산업 경험이 항공택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하늘을 향한 우버의 플랫폼은 더 가속화하고, 세계 도시에서 저렴하면서도 원활한 교통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우버와 협력은 현대차가 선언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과 맞아 떨어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사 안팎에서 자율주행차량보다 항공 모빌리티가 더 현실적 미래 모빌리티 대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9월 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UAM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UAM사업부는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설계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SW), 안전기술 등 기술 확보에 나선다. 또 배터리와 모터, 경량소재, 자율주행 등 기존의 기술을 UAM사업에도 적극 활용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세계 200여개 업체가 PAV 제작과 UAM 사업에 뛰어들었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 규모가 20년 후인 2040년까지 1조5000억달러(176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전략기술본부 중심으로,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트를 중심으로 긴밀한 협력에 들어간다. 현재 전략기술본부 조직은 30명 수준이지만, 올해 미국 내 PAV 전담 연구개발(R&D)센터 설립과 국내외 항공개발 인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제작해 CES 2020에 처음 공개한 PAV 콘셉트 S-A1.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제작해 CES 2020에 처음 공개한 PAV 콘셉트 S-A1.

◇S-A1, 이착륙·주행 둘 다하는 특수 로터 장착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만든 PAV 콘셉트 'S-A1'을 CES 2020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S-A1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 없고, 일반 항공기처럼 빠른 주행이 가능한 드론 같은 비행기다. 1개의 큰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여러 개 작은 로터를 쓰기 때문에 소음이 적어 도심을 날아다닐 수 있다. 조정석을 포함해 5명이 탈 수 있도록 제작된다.

S-A1 틸트 로터. 이 로터는 전진비행과 이착륙 각각의 용도에 따라 변환되로록 설계됐다.
S-A1 틸트 로터. 이 로터는 전진비행과 이착륙 각각의 용도에 따라 변환되로록 설계됐다.

프로펠러는 8개를 장착했다. 4개는 전진비행에 활용되는 '틸트 로터(Tilt rotor)'이고, 나머지 4개는 이착륙 전용 '리프트 로터(Lift rotor)'다. 특히 틸트 로터는 방향을 앞으로 하면 전진 비행용도로, 아래로 하면 이착륙용으로 쓰인다. 에너지 효율과 안정적인 이착륙을 고려한 조치다. 로터는 1~2개가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 로터로도 제어가 가능하도록 제작되며 비행체용 낙하산도 장착할 예정이다.

최대 비행거리는 100㎞로 만들어진다. 배터리를 더 많이 장착하면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도심형 모빌리티로 제작된 만큼 100㎞ 수준만 비행한다.

배터리는 물론 최신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할 예정이지만 상용 시점에서 높은 출력에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배터리는 기체 무게 밸런싱을 고려해 기체 하단과 양쪽 날개에 분산시켜 설계된다.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제작해 CES 2020에 처음 공개한 PAV 콘셉트 S-A1.
현대차와 우버가 함께 제작해 CES 2020에 처음 공개한 PAV 콘셉트 S-A1.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 주행·소재·모터 등 기술을 활용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항공 기술은 파트너십이나 외부인력 영입으로 대처해 갈 계획”이라며 “배터리나 모터 등 어떤 부품이 들어갈지는 상용 시점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