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6>CES 2020이 유니콘기업 실현의 기폭제 되길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6>CES 2020이 유니콘기업 실현의 기폭제 되길

“스무살 사회 초년병이에요.” 지난 10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을 참관하던 젊은이가 기술 트렌드를 찾느라 동분서주한다. 직원 호위를 받으며 몰려다니는 대기업 총수나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정치인의 볼썽사나운 모습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내일의 기술을 찾는 뜨거운 열망 때문이다. 젊은이의 미래와 희망을 말하기보다는 연일 정치놀음에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6>CES 2020이 유니콘기업 실현의 기폭제 되길

CES 2020은 화웨이 등 중국 대기업이 불참해 김빠진 감도 있지만 첨단 정보통신 트렌드를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거액을 투자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많은 상을 받고, 1만명 이상 한국인이 참여했다는 얘기보다 구석구석에 숨은 혁신의 발견도 흥미롭다.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기능을 장착한 로봇, 자율자동차, 드론, 디지털헬스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3차원(3D), 홀로그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도 게임 영역을 넘어 원격회의나 사이버시티 등 생활로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 사진 한 장으로 인체 상태를 진단하는 디지털헬스 제품은 AI가 아니면 풀 수 없는 해결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역시 AI는 과정의 이해가 필요 없는 '믿거나 말거나의 결과 창출'이다.

산업을 넘나드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가전제품이다. 현대 등 자동차회사는 물론 아마존처럼 자동차와 무관한 기업들까지 눈독을 들인다. 전자제품박람회에 자동차가 전시됐다고 신기해 한 지 겨우 5년인데 하늘을 나는 드론자동차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첨단 산업이 벽을 허물고 널뛰기 하는 기술의 융합이 가져온 결과다. 아직도 자신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융합의 문조차 열지 못하는 우리는 철저히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 정치인, 공무원, 교수 등 움직이지 않아서 안전한 직업군의 변화가 없으면 성공은 요원하다.

세계 곳곳의 젊음이 펼치는 창업 열풍도 뜨겁다. 유레카파크에 전시된 생뚱맞은 아이디어와 설익은 제품들은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만드는 혁신의 모습이다. 우리도 정부 주도의 자금 지원 수준을 넘어 청년 창업이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구축했으면 한다. 경험자가 멘토가 되고 젊음과 부딪치는 유니콘 준비생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6>CES 2020이 유니콘기업 실현의 기폭제 되길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 서비스는 전자제품이나 가전과 달라 전시가 마땅치 않다. 사이버 전시관이 있으나 박람회만큼은 아니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도 눈에 보이는 제품의 전시가 주를 이룬다. 이번 CES에서는 비록 원탁회의였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경쟁하듯 판매했다. 애플도 제인 호바스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가 참석해 애플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했다. 이처럼 SW와 정보통신 서비스를 전시하고 논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박람회가 출현할 때가 됐다. 라스베이거스의 CES와 바로셀로나의 MWC를 능가할 또 다른 축을 우리나라가 창출할 수 있을까 자문한다. 서울시장이 나서서 이미 상하이에서 개최하는 CES의 한국 유치를 구걸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6>CES 2020이 유니콘기업 실현의 기폭제 되길

2020년도 CES는 막을 내렸지만 경쟁은 시작이다. 전시관에서 감탄사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술의 실마리를 잡은 젊은이는 단거리 경주에 나선 듯 흥분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도 눈요기에 그치지 않고 혁신의 트렌드에 올라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난관을 돌파할 시장 승리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