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첫 제재심..."최고 징계는 지나쳐" vs "강력 징계로 경종 울려야"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 수장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제재심에 앞서 자율 배상에 들어간 만큼 최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게 목표다. DLF 피해자들은 낮은 수위의 징계로 그치면 비이자 수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은행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강력 반발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16일 오전 10시 DLF 사태 관련 첫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이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은 제재심 소명을 위해 여의도 금감원을 찾았다. 중대 사안인 만큼 두 사람 모두 언론의 눈을 피해 11층 회의실로 이동했다.

제재심은 통상 한 달에 두 번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날은 사안이 무거운 데다 대형 금융기업 수장을 대상으로 한 만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오전은 함영주 부회장, 오후는 손태승 회장이 각각 소명에 임했다.

금감원과 해당 은행은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재심이 오는 30일 한 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있다.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3~5년 동안 금융권 취업도 제한된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돼 있다. 함 부회장은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됐고, 올해 말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됐다. 그러나 중징계가 확정되면 차기 회장 도전 기회가 사실상 막힌다.

은행 측은 이날 제재심에서 이번 사태는 내부통제 문제라면서 경영진 제재는 지나치다는 논리를 폈다. 은행이 주장하는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은행장이 상품판매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이미 DLF 피해자들과 자율 조정을 시작해 최대한 배상하겠다는 점에서 해임 등 중징계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 내부통제 부실 책임으로 최고 경영진을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제재심에 하루 앞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자 자율조정 배상에 나선 것도 중징계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지난 14일 각 은행에 '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기준(안)'을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KEB하나은행은 DLF배상위원회를 꾸리고 투자자에 따라 40%, 55%, 65% 등 배상률을 심의·의결했다. 피해자와 영업점 등 이해 관계자가 합의해 즉시 배상키로 했다. 400여건이 자율조정 배상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독일 관련 DLF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 영국 금리와 연계된 DLF에 가입했다가 중도해지해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 등 600여명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55%를 기준으로 투자자에 따라 차등 배상한다.

피해자들은 경영진 해임을 촉구했다. 은행의 자율배상은 꼼수라면서 경종을 울리는 심결을 주문했다.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영진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전자신문DB)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영진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전자신문DB)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16일 금감원 앞에서 우리·하나은행 규탄대회를 열고 은행 경영진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대책위는 두 은행이 최대한 배상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알렸지만 사실상 은행장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며, 별도의 사과나 성실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변호사는 “책임을 물어야 할 최고 책임자에게 오히려 연임을 보장하는 것은 금융사고를 초래한 은행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면서 “해임하지 않으면 다른 금융기업이 동일한 금융사고를 내도 괜찮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