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설 민심을 제대로 살펴라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났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가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최대 화두는 단연 4·15 총선이었다. 3개월도 채 남지 않는 국회의원 선거 얘기를 꺼내 놓은 유권자 대부분은 정치가 실종됐다며 핏대를 세웠다. 정책보다는 정쟁을, 합의보다는 고성을 서슴지 않는 '동물국회'에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낀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번 총선에서 상당수의 국회의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도 설 명절을 맞아 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각 정당뿐만 아니라 총선 입후보자들은 전통시장과 복지관 등을 방문해서 설 귀성·귀경 인사를 하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그러나 설 민심은 냉랭했다. 선거를 앞두고 표만 구걸하러 다니는 구태 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설 명절 이후 정치권이 내놓은 민심 보고서는 아전인수격이었다. 그럴싸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반성한다는 표현과 함께 자신들에게 유리한 총선 승리의 셈법과 전략을 교묘히 포장해 내놓기에 급급했다.

설 민심의 왜곡은 결국 정치 불신만 가중시킨다. 4·15 총선 승패를 가늠할 설 명절 민심의 준엄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민생경제를 돌보고 실종된 정치를 되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여야가 합심해서 국민들이 근심 없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제 설 명절 연휴가 끝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반가운 것은 설 명절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총선에 반영할 공약을 잇달아 내놓는다는 점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총선 공약에 포함시켜서 정부 예산을 따내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신산업 정책이 공약에 대거 포함된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역 일꾼으로서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유권자에게 약속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다. 총선 성적표는 정치인들의 의지와 행동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