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02>촉감의 시대, 제품의 감촉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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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습득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멀티미디어' 형태로 제공된다. 문자 정보 외에 시각, 청각 등 다양한 자료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구현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대표하게 될 단어는 무엇일까?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초반에 승자가 되려면 촉각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제안한다.

일례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제품 성능을 평가할 때 '터치감이 좋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한다. 터치스크린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휴대폰, 노트북 등과 같은 전자기기에 터치스크린이 적용되고, 주요 공공 안내표지판도 키오스크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자동차 역시 기계식 버튼에서 터치스크린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학교에서도 전자칠판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만져야 작동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시대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최근 들어서야 촉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사실 진화생물학자나 인류학자들은 진작부터 촉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촉각이 우리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촉각은 신체 부위에 따라서도 민감도가 다르지만, 남성과 여성 간에도 촉각을 느끼는 정도가 명확히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 촉각에 대한 민감 정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할 이유는 감각순응(sensory adaptation) 때문이다. 감각순응이란 특정 촉감이 지속될 경우, 점차 익숙해져 무뎌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때, 의자에 닿는 엉덩이의 촉감이나 팔꿈치와 손목에 닿는 책상 위의 감각은 점차 무뎌진다. 손가락 감각만 민감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원활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생 생활 속에서 다양한 생활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감각순응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감각순응은 여성과 남성에 따라 다르다. 흔히 남성은 여성보다 감각순응이 잘 일어나 촉각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남성에게 지속적으로 특정 제품을 이용하는 쾌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강하고, 둔탁하며, 투박한 느낌을 제공해야 한다.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굉음의 오토바이나 남성용 운동기구의 둔탁한 느낌은 여성에게는 오히려 피로감일 뿐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엔진 진동이 탑승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차대에 엔진을 고정시키지 않고, 사이에 고무 부싱(rubber bushing)을 넣어 진동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반면 여성용 제품은 섬세한 경우가 많다. 여성 속옷은 남성 속옷보다 질감이 훨씬 부드러우며, 여성을 주요 타깃층으로 삼는 제품은 버튼을 누르는 느낌도 보다 가볍고 섬세하게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이들 여성용 제품은 남성에게는 너무 미묘해 좀처럼 만족감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1세기는 촉감(touch)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모든 외부와의 소통이 터치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설득하기 위한 촉감에 대한 연구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점차 정교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어쩌면 미래에 알뜰 소비자가 되려면 백화점에서 한 번 입어 볼 것을 권하는 종업원을 경계하거나 홈쇼핑에서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백화점 바닥의 재질이나 실내온도, 홈쇼핑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TV 리모컨의 재질을 경계해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실은 많은 창업자에게 자사 신제품 내지 서비스를 구성할 때 어떤 질감을 전달할지를 추가로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신제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런 감촉 부분을 놓치고 있는 CEO가 있다면 내 제품의 감촉은 어떤 느낌인지 다시 한 번 주목하길 바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