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기억' 유발 부위 찾았다…트라우마 치료 기대

사람이 낯선 환경에서 공포기억을 떠올리는데 대뇌 후두정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트라우마를 막을 수 있는 치료전략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은 구자욱 연구전략실장(책임연구원)과 이석원 뇌발달질환연구그룹장(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새로운 환경에서 공포기억 재발에 대뇌 후두정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낮선 환경에서 공포기억을 떠올리는데 대뇌 후두정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구자욱 책임연구원, 주빛나 학생연구원, 이석원 선임연구원.
낮선 환경에서 공포기억을 떠올리는데 대뇌 후두정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한국뇌연구원 연구팀. 왼쪽부터 구자욱 책임연구원, 주빛나 학생연구원, 이석원 선임연구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심각한 사고, 폭력 등을 경험한 이후에도 반복적인 고통을 느끼는 증상이다. 환자들은 처음 사건발생 장소와 비슷한 곳에만 가도 트라우마가 재발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고통을 겪는다.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화재 등 국가적 재난을 겪은 생존자들이 배를 못 탄다거나 지하철 타기를 꺼리는 것이 그 예이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특정 소리를 들려준 뒤 전기충격을 함께 줌으로써 청각공포기억을 형성한 후, 새로운 환경에서도 같은 소리를 들려줬다. 그 결과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쥐는 두 장소 모두 똑같은 공포반응을 보였지만, 약물을 처리하거나 빛을 쬐어 후두정피질의 활성을 억제한 쥐는 새로운 환경에서 공포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공포기억이 재발하는 데는 후두정피질 활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는 지각·생각·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대뇌피질 중에서도 후두정피질 영역이 공간추론과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자욱·이석원 박사는 “그동안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던 후두정피질 역할을 새롭게 규명했다”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포증 환자의 공포기억 재발을 막는 치료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