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공급망, 새판 짜야 한다

[사설]글로벌 공급망, 새판 짜야 한다

정부가 주요 업종별로 글로벌 공급망(GVC)을 새롭게 파악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은 올해 업종별 공급망을 파악해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의 산업통계시스템에 업종·국가별로 현황 데이터를 반영,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을 시스템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 이어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등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면서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이자 수출주도형인 우리 입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탄탄한 가치사슬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본 것도 사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세계 경제 성장은 GVC 발달에 힘입었고 우리는 모범 사례”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문제는 최근 대내외 환경이 바뀌면서 기존 가치사슬 체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일본의 반도체 품목 수출 규제, 중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 등 일련의 악재가 겹치면서 직간접 타격을 받고 있다. 단기간에 끝나는 일시 변수가 아니라 전방위로 위협 받는다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급망 체계를 손봐야 한다.

흔들리는 공급망을 보완하는 가장 손쉬운 카드는 내수 활성화와 국산화다. 그러나 업종 전반에 걸쳐 모든 부품과 소재를 자체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제조업 생산기지가 대거 몰려 있는 중국이 지금처럼 타격을 받는다면 마땅히 쓸 카드가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왕 현황 파악에 나섰다면 단순한 데이터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공급망 체계도 고민해 봐야 한다. 물론 정부 혼자만으로는 어렵다. 기업을 포함한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치사슬을 새로 발굴해야 한다. 물론 공급망 특성상 우리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우리가 면밀하게 준비하고 새로운 판을 짠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