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1>혁신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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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1>혁신 순례자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2대 세계 체계에 대한 대화.'

보통 '천문 대화'로 알려진 갈릴레오 갈릴레이 저서의 원제다. 1632년 2월에 출간되지만 곧 인쇄가 금지된다. 거기다 종교 재판소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혹자는 이 금서령의 이유가 단지 지동설을 옹호한 탓만은 아니라고 한다. 이단시 된 것은 근대 평등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요하네스 케플러 모티프라 본다.

우리는 상식으로 번영한다. 상식으로 포장된 지식 없이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자리에 머물 수도 없다. 상식이 만드는 도그마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 경험이란 함정은 어떻게 피할까.

여기 상식을 뚫고 살아남은 세 명의 혁신 순례자가 있다.

첫째는 조직 코드 거부를 마다하지 않은 누군가의 얘기다. 1968년 게리 스타크웨더는 미국 뉴욕 웹스터의 제록스 연구소에 입사한다. 당시 상식이던 백색광 대신 레이저가 답이라고 봤다.

문제는 상사와 동료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반복해서 실험 결과를 보였지만 백색광 연구자들은 레이저를 실용에 맞지 않고 너무 비싸다고 반대했다. 몇 년 후 상황을 인지한 본사가 나서서 스타크웨더를 팰로앨토연구소로 보내고, 1974년에 시제품이 나온다. 우려곡절 끝에 출시된 9700 프린터는 제록스 역사상 최고 혁신 제품이자 베스트셀러의 하나가 된다.

둘째는 '우리가 늘 생각하듯' 증후군을 싫어한 한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발라드파워시스템스 창업자 제프리 발라드는 연료전지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것으로 봤다. 수년 동안 연구는 진전이 없었다.

발라드는 젊은 화학교수 키스 프라터에게 책임자를 제안한다. 프라터는 연료전지엔 문외한이라고 답한다. 발라드는 “연료전지를 아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에요. 그들은 이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단 말이죠.” 이렇게 시작된 발라드는 1986년 최초의 가압공기형 연료전지 스택을 개발한다. 지금 발라드는 28억달러짜리 나스닥 상장기업이다.

셋째는 무시당한 어느 보스 이야기다. 휴렛패커드 창업자인 데이비드 패커드는 고민 끝에 진전 없는 대형 디스플레이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한다. 어수선한 연구소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척 하우스라는 젊은 연구원 하나가 휴가를 가 버린다.

정작 하우스는 몰래 고객을 찾아가 시제품을 보여 준다. 그러고는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한다. 결국 몇 년 후 제품은 생산을 시작했고, 매출은 3500만달러를 간단히 넘긴다. 훗날 패커드는 저서 'HP 방식'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사례로 소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늘은 원 운동, 땅은 직선 운동을 각각 한다고 봤다. 이렇게 하늘과 땅은 분리된다. 영명한 하늘이 고귀하다면 재스민 꽃을 피우는 대지도 고귀하다는 생각은 허용될 수 없었다. 하늘은 땅보다 고귀하다는 생각은 불가침의 도그마가 되었다. 이런 생각을 상기시키는 어떤 것이라도 지극히 위험한 것이었다.

갈릴레오는 훗날 우르바누스 8세가 되는 추기경 마페오 바르베리니에게 코페르니쿠스 금지 조치를 풀어 달라며 간청하고 다녀야 했다. 물론 자기 자신도 '천문 대화'로 종신금고 판결을 받는다.

혁신은 상식 아닌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혹 그런 순간이 온다면 이들 혁신 순례자들을 한번 떠올려 보자.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1>혁신 순례자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