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장사치

[프리즘]장사치

장사치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장사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장사하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순우리말은 뭘까.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비슷한 말로 '장사꾼' '흥정바치'가 있다. 한자어로는 상인, 영어로는 비즈니스맨 정도가 나온다. 그러나 한자어와 영어에는 낮잡아 일컫는다는 뜻이 없다.

코로나19로 마스크와 손세정제 수요가 폭증했다. 제조사는 넘쳐나는 주문량을 충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산 라인을 24시간 돌려도 턱없이 모자랐다. 개당 1000원 이하에 팔던 마스크는 기본으로 두세 배나 올랐다. 대목을 잡으려는 일부 유통업자가 인상을 부추겼다. 여기에 중국 보따리상도 한몫 거들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확진 환자가 나타나며 글로벌 e커머스에서도 관련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폭증하고 있다.

e커머스업계는 진화에 나섰다. 가격 동결 및 자체 구매망을 통해 인상 전 가격으로 물량을 풀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기엔 부족하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아직도 비싼 가격의 제품이 버젓이 걸려 있고, 저렴한 제품은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해외 통관망을 단속, 중국 보따리상이 대량으로 가져가는 물량에 제동을 걸었다. 마스크 매점매석, 사재기 행위 단속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산업자가 마스크와 손소독제 생산·판매량을 식약처에 신고하도록 하는 긴급수급수정조치를 발동했다. 1976년 물가안정법 제정 이후 44년 만에 처음 있는 강력한 조치다.

장사는 이익을 위해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다.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수요에 비해 양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른다. 장사치들은 이를 악용한다. 한몫 잡겠다는 속셈이다. 국가 재난은 예측할 수 없다. 지금은 마스크지만 어떤 물건이 언제 공급이 달릴지 아무도 모른다. 장사치들도 결국 피해자가 될 뿐이다.

“우리는 마스크 가격을 1원도 올리지 않았다. 국가 재난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자들은 옛날에 능지처참 됐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가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