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넥스트 RPA, 세상을 자동화하는 시대가 열린다

그리드원 김계관 대표 / 그리드원 제공
그리드원 김계관 대표 / 그리드원 제공

인류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뇌와 신체는 본능적으로 자동화를 추구해왔다. 시행착오를 거쳐 말과 행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가급적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보자. 최초에 걷기만 하던 인간이 가축을 이용해 이동하고, 이후에 바퀴를 만들고, 수레를 개발했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자동차가 등장했으며, 이제 사람의 조작 없이 자율적으로 운전을 하는 자동차의 상용화가 임박했다. 이 모든 과정이 인간의 학습 능력과 자동화에 대한 본능이 맞물려서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수년간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RPA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RPA가 단순하지만,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을 자동화하여 보다 편하고,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예전과 비교해 경영을 위한 고려사항이 많아진 가운데 생산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RPA라는 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그러나 RPA에 대한 관심 급증은 결국 RPA라는 자동화 기술의 한계를 빨리 드러나게 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실제 우리가 하는 업무가 RPA 기술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국내에 RPA가 도입되기 시작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아 이른바 'Next RPA'의 등장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그중에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이다. 인간의 자동화 본능이 학습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습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이 RPA를 통한 자동화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과거 IT 환경(주로 컴퓨팅 파워)의 제약으로 성장이 정체되었던 인공지능이 201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RPA와 인공지능의 결합 역시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RPA와 인공지능의 결합이 과연 어떤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RPA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의 결합을 넘어 자동화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정해진 프로세스를 코딩 방식으로 명령했던 소프트웨어 1.0 수준에서 학습 방식으로 명령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2.0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일례로 자동화 문서 인식의 경우, 과거에는 양식마다 정해진 위치에서 데이터를 인식하라고 명령어를 넣어줘야 했지만,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는 학습된 다양한 양식을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과거 기술적 한계로 자동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비정형 데이터의 인식을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하면서 정형과 비정형의 구분이 거의 없어지고, 학습을 통해 문서 양식과 필요한 데이터를 사람처럼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IT 컨설팅업체 ‘가트너’가 주목한 2020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인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과 맥을 같이 한다. 하이퍼오토메이션은 인식, 분석, 자동화, 결과 분석 등 자동화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RPA와 AI가 하이퍼오토메이션을 실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그리드원은 국내 최초의 RPA 솔루션인 ‘AutomateOne’으로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RPA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5년 창업 이후 그리드원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궁극적인 정체성은 자동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업이다. 그리드원은 인간의 편의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 보급을 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2010년에 접어들면서 자동화 영역 확대를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에는 문서에서 인식한 데이터를 스스로 검증하여, 사람이 할 일은 90% 이상 줄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또한 "세상을 자동화한다"는 기치 아래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 특정 업종에서 기술적 한계로 자동화하지 못한 업무에 최적화된 전문적 자동화 서비스를 개발했다. 더 나아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업무도 자동화할 수 있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 세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RPA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통해 자동화된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기이다.

㈜그리드원 김계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