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4〉T모바일·스프린트 합병, 그럼에도 “메기가 필요하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 2018년 4월 미국 3위 이동통신 사업자 T모바일이 4위 스프린트를 265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거의 2년이 지나 정부 승인과 법원 결정을 거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법무부 승인 이후 연방통신위원회(FCC) 승인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지난해 말 합병 절차가 거의 끝나는 듯했다. 그렇지만 14개 주에서 합병 성사 시 이통 시장에서 경쟁 저하와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이유로 합병 반대 소송을 법원에 제기,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나 몇 주 전 법원이 소송을 기각, 합병을 승인하면서 2년여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된다. 미국 5세대(5G) 이통 시장은 버라이즌, AT&T, T모바일의 3분할 시대가 열리게 됐다.

합병 승인 절차에서 부과된 법무부의 합병 조건과 법원의 판단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다. '기존 시장을 뒤흔들 매버릭(독행기업)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미꾸라지 떼가 있는 곳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리지가 살아남기 위해 빨리 움직인다. 시장에 메기 즉 매버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법무부는 오랫동안 이통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 4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승인하지만 또 다른 제4 이통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협상하면서 양사가 보유한 주파수, 선불 사업 등 일부 사업 자산을 제4 이통을 하겠다는 위성사업자 디쉬에 매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T모바일 망을 임차, 가상이통망사업자(MVNO·알뜰폰) 사업을 하도록 부가 조건을 부여했다.

3위와 4위 사업자 합병을 승인하지만 또 다른 제4 이통사, 메기를 키워 메기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다.

언론에 따르면 합병 마지막 관문인 법원 판결에서도 14개 주 정부 주장을 기각하면서 설명한 이유가 흥미롭다. 법원은 T모바일이 그동안 이통 시장에서 다양한 고객 지향형의 변화로 버라이즌과 AT&T를 자극하던 매버릭 같은 모습과 비즈니스 전략이 부정할 수 없는 성공을 거뒀다고 인정했다. T모바일이 지금까지 기존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만 아니라 합병 이후에도 계속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법원이 확인시켜 준 것이다.

T모바일은 합병으로 획득한 주파수 자산으로 현재 LTE보다 15배 빠른 5G 전국망을 구축,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3년 동안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을 것과 2024년까지 유선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100Mbps 무선 인터넷을 미국 전 인구 90%에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T모바일은 스프린트의 2.5㎓ 주파수를 확보함에 따라 3개 이통사 가운데 투자 효율이 가장 좋은 5G 이통망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버라이즌이나 AT&T보다 서비스를 훨씬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 통신 시장에서 이러한 파격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T모바일·스프린트 합병은 기존 합병 차원을 넘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3~4위 사업자 합병 승인에 앞서 거대 사업자 중심 이통 시장에 경쟁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편익을 위한 메기가 필요하다는 미국 법무부의 인식이 있었다. 메기 역할이 계속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도 있었다. 이제 곧 합병을 완료할 T모바일과 새롭게 출범할 제4 이통 사업자를 통해 어떻게 시장에 보여줄지 궁금하다.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미디어 산업을 재편한 국내 시장에서는 누가 메기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메기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