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언제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카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서로 마주보고 밥도 먹고. 특별할 것도 없는 그 일상이 지금처럼 그리운 적이 있었을까.

코로나19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채 앗아 갔다. 확진자나 유무증상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은 감염이 두려워 집밖을 나가지 않고 있다.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버린듯 하다.

대구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밖에 나가도 낮엔 점심먹을 곳이 없다. 술집골목은 초저녁인데도 마치 새벽처럼 고요하다. 골목길을 걷다가 누군가가 마주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물건을 사고 카드 결제할때도 위생장갑을 끼는 사람이 많다. 따가운 시선때문에 마스크 없인 실내 공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대구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보름만에 벌어진 일이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5일 0시 기준 4300여명이다. 국내 전체 확진자의 75%나 된다. 다행히도 증가추세는 조금 꺾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병상은 여전히 부족해 2117명이 입원 대기중이다. 대기 중인 곳은 여기뿐만 아니다. 대구 시민들은 공적 마스크 5장을 구매하기 위해 두세시간씩 줄을 선다. 그마저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대구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따로 있다. 마치 대구 사람 모두를 코로나19 감염자 취급한다는 점이다. 타 지역에 유학가는 대학 신입생은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숙사에 자가격리시키는 대학이 있다. 방송과 인터넷에는 대구가 코로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식의 말과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대구 시민들은 현재 멘붕상태다. 대구에 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실감할 수 없다. 하지만 절망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 수백명의 의료자원봉사자들이 대구로 몰려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자신이 감염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낯선 환경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고 고귀한 희생에 동참하고 있다.

한 정치인은 다시 의료인으로 돌아가 대구에서 의료봉사로 땀을 흘리고 있다. 쇼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구 입장에서 보면 그는 영웅이다. 행동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구 시민들은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시민들 누구도 서로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왜 하필 대구일까?” 억울한 생각도 들고, 하루하루가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용히 버티고 있다. 그 어떤 공황이나 폭동도 없고, 작은 범죄도 없다.

코로나19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내고, 이겨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뿐이다. 대구가 힘들때 마스크를 들고 뛰어온 광주가 가슴 찌릿하게 고맙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성금과 물품을 망서림없이 기꺼이 보내준 분들이 있어 가슴이 벅차다. 대구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희망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대구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남긴 외상후 스트레스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지 모른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보잘것 없지만 하루 빨리 평범하고 소소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