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총 전자투표 활성화 기회로

[사설]주총 전자투표 활성화 기회로

KT가 이달 30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KT가 동참할 정도로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가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올해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기업은 540여개사로 집계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많게는 950개사가 전자투표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50개 기업에 비하면 약 45% 늘어났다. 이달 하순 주총 시즌이 다가올수록 동참 기업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총이 개최되기 열흘 전부터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2010년 5월부터 시행됐다. 총회 행사를 간소화하고 소액주주권의 권리를 높일 수 있어 적극 장려됐다. 그러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유명무실한 제도가 탄력을 받게 된 계기는 2017년의 '섀도보팅' 제도 폐지였다.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일부 기업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행사율은 5% 수준에 그쳤다.

전자투표가 아연 활기를 띤 데는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공공장소를 꺼리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총 의결권 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예탁원에 이어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이 관련 서비스를 지원, 선택 폭도 크게 넓어졌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이지만 전자투표는 주총의 새로운 흐름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10년이나 앞서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은 도입 8년 만에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상장사 비율이 45%를 기록했다.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를 위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제고, 일석이조 효과를 올릴 수 있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건 가부 결정이 아니라 온라인 토론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각종 통계 분석이나 주총 관련 질의에 응답하는 인공지능(AI) 챗봇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정보기술 인프라가 앞선 우리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총 문화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