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교통 불편과 공유 차량,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 기울여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올해 필자는 미국 새크라멘토를 방문했다. 면담 장소가 오지에 있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그곳까지 이동하는 것이 문제였다. 공항에는 우리와 달리 택시와 버스 승강장 외에도 우버, 리프트 등 공유 차량 승강장이 있었다. 이동 시간 때문에 택시나 공유 차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택시 요금은 300여달러, 공유 차량은 150여달러여서 리프트 승용차를 택했다. 호출하니 불과 2분 만에 승용차가 도착했다. 기사는 시간을 잘 맞추면서 목적지까지 운전해 줬다. 새크라멘토 면담 후 밤이 돼 교통편이 걱정됐지만 다시 리프트를 호출하니 불과 3분 만에 차량이 나타나 잘 이용할 수 있었다.

사실 필자가 리프트 승용차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은 것은 미국에서는 차량 점검, 보험 가입 등을 전제로 자가용 공유 차량이 운행되고 있어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이동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차량 운전자 동선과 고객 서비스 상황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관리돼 안전 및 서비스 질도 보장된다.

우버, 리프트 등 자가용 승용차로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요에 따른 가격 설정 및 데이터에 의한 최적 경로 탐색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차량과 이용객을 이어 주고 있다.

요금은 수요와 공급량을 토대로 결정돼 지역별 일정한 주기로 애플리케이션(앱)에 다르게 표시된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높게 설정돼 공급 차량을 증가시키고,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는 낮게 설정돼 이용객을 증가시킨다. 최적 경로는 과거 승하차 정보, 도로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 주는 모델로 탐색해서 제공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승차거래량 극대화, 택시 대비 저렴한 요금 제공, 거리와 시간 최적화를 구현한다. 고객들은 맞춤형 최적 서비스를 제공 받게 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서비스가 이용객과 차량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 축적으로 최적화된다는 사실이다. 2018년 기준 우버는 83개국 858개 도시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택시보다 1.7배 높은 월평균 승차 7500만건을 달성했다. 우버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배달 서비스, 자율주행차 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유 차량 서비스를 불법화한 데 이어 최근 국회가 타다 서비스마저 금지했다. 그 대신 정부는 차량 서비스 관련 플랫폼 사업을 허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택시 면허제도와 총량제 틀 내에서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수많은 자가용 공유 차량으로 빅데이터를 생성해 내는 우버와 동일한 플랫폼 사업 허용이 아니다. 현행 택시 제도 확장에 불과하다. 택시는 수나 데이터 측면에서 제한돼 있어 이 같은 사업 허용으론 빅데이터, AI, 자율주행차 등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 살고 있는 필자는 희소성과 승차 거부 경험으로 말미암아 택시 잡기는 아예 포기하고 살다시피 한다. 시 경계 규제로 인해 타 도시의 택시는 이용할 수도 없다. 시민의 생활 범위는 광역화되는데 택시 서비스는 1960년대 수준이다.

신도시 주민의 교통 불편은 늘어 간다. 사람은 늘어나는 데 대중교통 개설은 더디고, 공유 차량 이용 길도 막혔다.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이동의 자유가 크게 제약 받는 것이다. 지하철을 확대 건설하든지 자가용 공유 차량 운행을 합법화하든지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통 불편이 확대되면서 최근 주민들의 조직화는 늘어 가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교통 애로 해소 관련 작은 행동까지 주민들의 화제가 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런 움직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수 이해집단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다수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k1625m@ka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