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6>위기의 리더십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6>위기의 리더십

“만약 이 독감이 진정 대유행한다면 기업은 전례 없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질병, 격리, 여행 제한, 가족 관리 책임, 두려움으로 15%에서 30% 감손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2006년 3월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린 내용이다.

2006년에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린다. 1997년에 출현한 H5N1 바이러스가 이즈음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로 퍼져 있었다. 비즈니스 잡지엔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과 '적응'이란 키워드가 봇물을 이뤘다.

그리고 2009년에 신종플루가 덮친다. HBR 편집자 가디너 모스는 특집호에 “오늘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내일 기업의 운명은 좌우할 것입니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그런 듯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구도 이렇게 흔들릴 줄 몰랐다. 당황스럽기는 경영진에게 더하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조직은 경영진을 쳐다본다.

최고경영자(CEO)에게 리더십을 보이라는 것만큼 어려운 주문도 없다. 그것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앞에서. 그렇다면 지금 리더가 떠올려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워런 베니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와 니틴 노리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리더에게 세 가지를 말한다. 기업에 진정한 재앙은 팬데믹 자체가 아니다.

무엇보다 대유행이 시작되면 안 그래도 불안정한 삶은 더 불확실해질 테다. 사무실에서 동료가 재채기를 할 때면 더 움츠러들기 시작한다. 불안도 커진다. 자신의 잘못이든 아니든 자칫 격리될 수도 있다. 점점 조직과 관계가 소원해진다고 느껴진다. 서서히 조직이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느껴 간다. 그리고 이때 전염병은 기업에 진정한 재앙이 된다.

진정한 리더 역할도 여기에 놓여 있다. 이때야말로 의사소통이 필요할 때가 된다. 매개체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조직에서는 블로그를 하지 않던 CEO가 코로나에 관해 블로그를 하기 시작한다면 직원은 변화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조직과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 극복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직 응집력만큼은 상처없이 살아남는다.

두 번째 조언은 이 위기에 신뢰를 쌓으라는 것이다. 이 위기가 주는 기회도 분명히 있다. 한번 생각해 보라. 당신조차 평소 엄두도 못낸 수많은 문제가 있지 않았나. 대유행은 분명 난처한 일이지만 문제를 해결할 기회도 될 수 있다.

실상 지금 직장에 충성하는 것은 점점 더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만연하지 않나. 직장이 더 이상 개별 직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유행이 만든 위협 앞에서 각 구성원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그동안 쌓을 수 없던 그런 신뢰를 맺을 수도 있다.

마지막 조언은 위기를 리더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많은 경영진은 위기관리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았냐고 말한다. 위기 앞에선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결국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 아닌가. 이 순간 당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두 학자가 위기 앞에서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시험대가 될지 시금석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상 이런 위기가 아니라면 당신 안의 리더십이 어찌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6>위기의 리더십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