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35>중소기업 대응 전략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9988! 중소기업 현실을 나타내는 네 자리 숫자로, 여러 가지 이슈가 함축돼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와 전체 고용의 8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산업정책에서는 물론 국가정책에서 중소기업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또 헌법 123조에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는 것을 국가 의무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다. 9988은 중소기업 영역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낮은 임금 수준, 낮은 생산액 및 부가 가치 비중, 전체 중소기업의 약 88%가 평균 4명 미만의 서비스업인 점 등 해결해야 할 취약한 구조를 숙제로 던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중요한 영역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소기업의 의미와 역할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제조업 부문에서도 1인 기업 내지 인원이 소수인 중소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3D프린팅, 자율로봇 가공 기술 등 신기술은 중소기업이 차지하던 종래의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다.

정책으로 중소기업은 크기가 작은 대기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효율성을 대기업 수준으로 높이려는 기계식 접근이나 외주 확대 전략과 같은 방법으로 인건비 또는 개발비용을 중소기업으로 전가하는 것을 막고 중소기업다운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 스스로는 대기업을 따라 할 필요가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소량 다품종 생산 체계, 맞춤형 또는 주문형 생산 체계, 즉시생산 또는 현장생산 방식은 중소기업이 활용하기에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새로운 입지를 구축해 가야 한다.

중소기업의 특징은 아날로그 성격에 있으며, 유연성·민첩성·전문성(스킬)이 장점이다. 특히 전문성은 중소기업의 사람 중심 특징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에게 축적된 경험을 말한다. 이에 따라 강한 중소기업이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100년 기업 정책이 필요한 영역이다. 경기 변동이 잦아지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단기 접근 방식으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중소기업 역시 중장기 전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로드맵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 가야 한다. 중소기업은 스스로 신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전문성을 심화해야 한다. 대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스킬을 지속 축적하고, 축적된 스킬을 민첩하고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적 아날로그 기술(디지털화된 경험 또는 스킬을 의미) 장점을 살려야 한다. 디지털화하지 않은 아날로그 스킬로는 자신의 역량 향상을 가속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며,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중소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이 절대인 만큼 CEO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능동 수용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고 디지털화를 지원해야 한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 초반에 기대하던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중소기업 참여 미흡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정부 정책, 대기업 전략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책 초점을 중소기업이 생존을 넘어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되게 하는 것에 둬야 하며, 대기업과 공존하면서 경쟁력의 바탕을 이루는 뿌리라고 인식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에 적응 및 변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유도해서 혁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음 주에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견기업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