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손병환號' 출범...최우선 과제는 디지털뱅킹 강화

오픈뱅킹 시장서 저력 발휘 못해
디지털 사업에 공격적 투자 전망
인사 후폭풍 맞은 조직 안정화
뒤처진 해외시장 개척 급선무

농협은행 '손병환號' 출범...최우선 과제는 디지털뱅킹 강화

농협은행을 이끌 차기 행장으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이 취임했다. 공식 임기는 26일부터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식 취임식은 열지 않았다.

24일 농협은행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손병환 신임 행장에 대한 선임안이 최종 의결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권이 어수선한 가운데 손 행장이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디지털뱅킹 고도화, 해외시장 개척, 조직 안정 등 시급한 세 가지 현안을 풀어야 한다.

경영 최우선 과제로는 인사 후폭풍을 맞은 농협은행 조직 안정화가 꼽힌다.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면서 전임 행장은 물론 계열사 CEO들이 줄사표를 냈다. 3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전 행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이번 손 행장 인선이 중앙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내부 시선이 있다.

이대훈 행장이 진두지휘했던 여러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전 행장은 올원뱅크 독립분사와 NH디지털캠퍼스 확대 운영, 블록체인 기반 DID사업 등 현안 사업이 많다. 사업 연속성 확보와 디지털 혁신 사업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지가 최대 과제다. 다만 손 행장이 전 행장의 사업 흔적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손 행장은 “(이 행장이) 훌륭하게 농협은행을 잘 이끌어줬다”고 평했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혁신 사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농협은 국내 최초로 오픈 API를 상용화한 금융사다. 그 사업 총괄을 손병환 부사장이 스마트금융부장 시절 일궈냈다. 하지만 현재 오픈뱅킹 경쟁에서 농협은행은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에 모바일뱅킹 경쟁력을 비롯해 오픈뱅킹 전장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최근 농협은행은 디지털 허브인 NH디지털혁신 캠퍼스를 통해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행장 교체 여파로 사업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다만 손 행장이 디지털 혁신 사업을 과거 다수 수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디지털 사업에는 더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공격적인 디지털 사업 계획 수립이 예상된다”며 “오히려 스타트업 육성과 DID 등 디지털 비즈니스 투자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시장 개척도 급선무다. 2012년 신경분리 이후 농협은행의 해외시장 진출은 금융권 전체에서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사업 전략을 수립한 농협은행은 홍콩,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 베트남 호찌민, 호주 시드니 등 5곳에서 은행 지점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손 행장이 글로벌 사업부도 총괄했던 경험이 있어 디지털 사업과 함께 해외진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타 금융사와 달리 디지털 기반 해외시장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인프라를 해외시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본격화한다.

간편결제, 송금 등 핀테크 기반 사업을 선제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 거점을 만드는 형태다.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 당국과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