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배송 다 잡은 SSM, 애물단지서 '매출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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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GS더프레시 등 4곳
지난달 매출 작년比 8.2% 증가
대면 우려 적고 상품 구색 좋아
언택트 소비 확산에 '반사이익' 효과
'즉시배송 거점' 활용 움직임도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고객들이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서 고객들이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애물단지로 여겨졌지만 이번 위기 속에 뛰어난 접근성과 근거리 배송 거점으로서의 활용도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익스프레스·GS더프레시(구 GS슈퍼마켓) 등 SSM 4개사의 지난달 매출은 작년 동월대비 8.2%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높은 신장률이다. 점포당 매출은 11.2%나 뛰었다.

지난해 매출이 1.5% 역신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되는 SSM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유통 규제 대상이다. 출점에 제한을 받는데다 e커머스와 편의점 등 경쟁 업태에 고객 수요마저 빼앗기며 긴 침체기를 겪었다.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 SSM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무려 104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매출이 5.8% 줄면서 적자폭이 420억원 늘었다. 롯데쇼핑이 밝힌 200개 점포 구조조정안 역시 슈퍼사업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GS더프레시도 지난해 적자 규모가 289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마나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사업 효율화 효과로 영업이익 154억원을 거두며 체면치레 했다. 각 업체는 슈퍼마켓 조직을 통합하고 비용 효율화에 나서는 등 적자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계획을 짰다.

이처럼 침체기에 놓였던 SSM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생필품 수요 급증으로 그 동안의 부진을 딛고 오히려 매출액이 증가했다.

롯데슈퍼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롯데슈퍼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 달여간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증가했다. 대형마트보다 접근성이 좋고 대면 접촉 우려가 적은 동네 슈퍼마켓 장점이 부각되며 식료품과 각종 생필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대형마트 대비 접근성이 좋고 편의점보다 신선식품 구색이 월등하다는 점이 코로나19 위기에 강점으로 작용했다.

SSM을 거점 삼아 사업 시너지를 꾀하려는 발걸음도 바빠졌다. 특히 대형마트(405개) 대비 3배 많은 전국 1206개 점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라스트마일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와 손잡고 장보기 즉시배송 서비스를 수도권 21개 점포로 확대했다. 매장 인근 고객이 모바일앱을 통해 장보기 주문을 하면 한 시간 이내에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슈퍼 역시 롯데쇼핑 사업부 내 가장 많은 410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만큼, 그룹 통합 쇼핑앱인 롯데ON의 옴니채널 사업에 오프라인 거점으로 중요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라스트마일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골목 슈퍼마켓 이점을 살려 이륜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맺고 신선식품을 즉시 배송할 수 있는 사업 시너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 애매한 업태라는 기업형슈퍼마켓의 단점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됐다”면서 “빠른 배송이 생명인 신선식품의 경우 도심 배송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슈퍼마켓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