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듣는다]박상규 중앙대 총장 "인간 중심의 AI 전문가 양성하겠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인간' 중심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겠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며 혁신기술 연구에 앞장서야 하는 대학에서 AI 전략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앙대 강점인 인문·사회·예술 쪽을 AI와 융합해 차별화를 꾀하겠습니다. AI로 인해 효율성 위주로 흘러가기 쉬운 사회에서 인간 중심 윤리관을 가진 전문인력 양성은 우리 사회가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본관에서 만난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사회는 AI로 인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AI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대학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앙대는 AI 학부와 AI대학원을 통해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인간'을 중심으로 두는 AI 인재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AI대학원은 올해 정원 50명(AI공학전공 40명, AI인문·사회·정책전공 10명) 규모로 문을 연다. AI 학부 과정도 생긴다. 내년부터 소프트웨어대학에 AI학과를 신설해 40명의 학부생을 교육한다.

지난달 취임한 박 총장으로부터 AI전략, 산학협력, 창업, 대학의 위기 극복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대는 AI대학원, AI학과 개설 등 AI에 관심이 많다. 중앙대의 AI 전략을 설명해달라.

▲올해부터 AI대학원을 통해 AI 인력을 본격 양성한다. 다양한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현장적응형 공학도와 AI 기술을 이해하는 정책가다. 내년에 AI학과도 신설한다.

AI공동연구소도 설립한다. AI 코어 연구 및 생명, 생활, 문화, 제조 4대 산업분야에 특화된 산학연계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AI 아카데미 설립을 통해 비전공자, 산업체, 일반인을 대상으로 AI 지식을 확산하고, AI 챌린지 센터를 통해 창업 및 인턴십도 지원한다.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우리 사회의 부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인공지성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생명체가 노동시장에 등장하면서 사회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90년대 정보통신 분야에서 급격한 발전이 이뤄진 때와 유사하다. 당시 정보통신대학을 설립한 대학은 경쟁력이 급속도로 높아졌다. 대학과 기업과의 산학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래사회를 제대로 준비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 큰 차이가 벌어졌다.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것은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다. 중앙대는 모든 학문 단위가 AI와 접목하는 'AI+X' 교육시스템을 구축, 이를 통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AI 연구와 AI 교육체계를 만들 것이다. 인간 중심의 AI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른 대학보다 인문 사회 예술 분야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와 AI가 결합하면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

AI로 인해 바뀔 세상에서 기술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자칫하면 효율성 위주의 사회적 가치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중앙대는 인간 중심적 윤리관을 지닌 AI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중앙대의 또 다른 강점은 의료분야다. 앞으로 10년간은 의료계에서 AI 기술을 적용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 다양한 형태의 환자정보의 축적과 전달, 질병 예측과 예방 및 치료 등 괄목할만한 발전이 예상된다.

중앙대와 중앙대병원은 의료 AI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산합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 등 고부가가치 의료 ICT 연구를 한다. 중앙대병원 내에 설립된 AI 빅데이터 연구소와 협력하여 'AI를 활용한 예방의료'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다.

2021년 개원 예정인 중앙대 광명병원은 'AI를 활용한 예방의료'를 적용한 디지텔헬스케어 병원 구축을 준비한다. 최신 의료 AI 기술 연구 및 적용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각지능 핵심기술을 활용해 의료 영상데이터에 기반한 자동 진단 프로세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의료바이오 O2O서비스(On-line to Off-line),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서비스 앱 개발을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 실현 등을 함께 진행한다.

[총장에게 듣는다]박상규 중앙대 총장 "인간 중심의 AI 전문가 양성하겠다"

-3월 초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로 온라인 개강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중앙대 온라인 강의 강점은.

▲중앙대는 중국인 유학생 수가 많은 대학에 속한다. 초기 중국인 유학생을 통한 코로나19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먼저 인지했다. 온라인 강의도 미리 준비했다.

중앙대는 2018년 대학혁신지원사업 시범(PILOT)운영사업 이후 지속적으로 이러닝 (e-Learning) 인프라를 개선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를 위해 네트워크를 기존 대비 3배 증설하고, 온라인 수업 진행 시 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평균 약 2만명이 접속했던 학교 온라인 학습 시스템(e-Class)에 이번 학기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이후 하루 평균 약 5만명이 접속한다. 별 문제없이 원활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익숙하지 않은 교수자를 위해 6개 수업 유형을 안내한다. 온라인 강의 안내 전담시설 구축 및 지원 인력 배치를 통해 교수자와 학습자의 온라인 수업이 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시간 화상강의 솔루션 줌을 수업관리 시스템인 이클래스(e-Class)와 연동시켜 교수자와 학습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이클래스 내 교수자-학습자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토론, 댓글 작성 기능 등 양방향 교육활동이 이뤄진다.

중앙대는 일주일마다 학생의 강의 만족도를 조사한다. 현재까지 강의 만족도가 약 70%에 달한다.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강의를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학습자들의 요구와 개선사항을 조사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 수업 질에 대한 학생 불만을 해소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대학의 경우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아주 힘든 상황을 겪을 것이다. 모든 대학과 학생이 온라인 개강을 처음 경험해 다들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대학이 모여서 학사일정, 지침 등을 공유하고 의논하면 학생의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대의 산학협력 현황은.

▲중앙대는 2017년 대학정보공시기준 교외연구비 수주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매해 10%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며 지난해 1300억 수준을 달성했다. 기술이전수입료 역시 2017년을 기점으로 전년대비 57%(21.1억원) 상승하는 등 우수한 산학협력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작년에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기업 및 지역사회와 연계해 6개 특화분야(헬스테크, 스마트팜, 블록체인서비스, 문화예술기지, 사회적경제, 생활SOC) 중심으로 재학생 취업과 창업, 융복합 교육 등 진로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 '2019 스타트업 클래스 100' 대상, 기업가정신 교육 우수사례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창업교육 우수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외에도 산학협력 인재양성을 위한 청년TLO 육성사업,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위한 대학창의적자산 실용화지원사업(BRIDGE+), 대학기술경영 촉진사업(TMC+) 등 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며 다양한 산학협력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또한 서울캠퍼스는 4차 산업 중심, 안성캠퍼스는 6차 산업 중심의 산학협력 클러스터 AI+X를 구축하고 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
박상규 중앙대 총장

-중앙대의 창업 현황은.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최근 김도휘 중앙대 대학원생이 창업한 '써모아이'의 열화상카메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 학교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써모아이 열화상 카메라를 교내에 설치했다. 기존 열화상 카메라가 몇천만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 써모아이 제품은 몇백만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써모아이는 중앙대 LINC+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카메라를 개발했다.

중앙대는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큰 관심을 기울인다. 창업은 학교가 꾸준하게 학생, 교수에게 관심을 가져야 활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대는 전주기적 창업교육과 지원체계를 갖췄다. 창업학 융합전공, 소프트웨어 벤처전공 등 실전창업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단계별 창업역량 증진을 위한 가치망(Up-Cycle) 및 안전망(Re-Cycl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업교육 고도화를 위해 산학협력단 산하에 창업지원 전담조직인 '창업원' 신설을 추진 중이다.

중앙대는 창업 교육(Creative Studio)부터 실습(Creative Factory), 예비창업(Creative Complex), 사업화(Creative Business Center)까지 이르는 창업공간 인프라(Creative Line)도 갖췄다.

중앙대는 학생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 인프라, 사업화, 기업육성 등 종합적인 창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원 창업도 계속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대표들을 살펴보면 교수 출신이 상당하다. 하지만 많은 교수가 학교와 함께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교원 창업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됐고,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에서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돼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대학들이 비용절감에 골몰하고 있지만 고정성 비용의 비중이 높은 대학의 재정 구조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학이 학문으로 재정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산학협력이다. 중앙대는 최근 거의 모든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산학협력 등을 통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질의 교육서비스와 연구 성과를 제공한다.

앞으로도 중앙대는 AI 등 사회적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인 연구와 교육 그리고 산학협력 등을 통해 재정역량을 강화하면서 대학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한다. 물론 정부에서도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이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총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예정된 변화를 대비하기도 쉽지 않지만 코로나19처럼 돌발적인 환경 변화 때문에 대학은 매우 혼란스럽다. 중앙대는 체계적인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을 확고하게 만들면서 미래를 위해 AI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화두로 이를 극복해 나가려 한다.

중앙대는 인간 중심의, 윤리적 감수성을 지닌 AI 전문가 양성을 통해 건강한 미래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는 중앙대 만의 과제나 목표기 보다 미래의 대한민국 전체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박상규 총장은...

박 총장은 1979년 중앙대 응용통계학과에 입학해 동대학원 통계학 석사과정, 뉴욕주립대 버팔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Buffalo) 통계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5년부터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며, 입학처장, 기획처장, 행정부총장, 100주년기념사업단장 등 다양한 행정보직을 맡았다. 박 총장은 '대학행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대담=이호준 부장 정리=전지연 기자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