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93>코로나19가 공공정책에 남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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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2일 추가 확진자가 100명 아래로 떨어졌고, 6일에는 50명 이하로 떨어졌다. 매일 안타까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섣부른 낙관론도 피해야겠지만 이틀째 확진자가 이만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실상 코로나19가 이만큼 문제 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조류독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는 그냥저냥 버틸 만했다. 에볼라나 지카는 실상 우리와 거리가 먼 그런 일인 것처럼 여겼다. 신종플루는 다행히 준비된 약이 있었다. 분명 다음에 이런 뭔가가 올 것이라고는 막연히 짐작했지만 우리 경험은 “뭐 그래도 버틸 만하겠지”라고 세뇌시켰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왔다.

어느 선진국도, 여태껏 만들어 둔 의료시스템도 맥없이 무너지거나 간신히 버텨내고 있다. 관성과 오만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코로나19는 일종의 '웨이크업 콜'이 된 셈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정책을 보는 시각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공공정책을 한번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 국민과의 소통 중요성이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이 이 정도로 통제된 데는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정부가 당연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결과만 볼 때 국민과의 소통을 끌어냈고, 국민은 기꺼이 동참했다.

손씻기·기침예절 같은 개인위생수칙이나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 나아가 공공장소나 가정에서의 예방 소독은 분명 지금 같은 진정세에 기여했다.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민과 소통하고 교감해야만 한다는 원칙을 절절하게 확인시켜 준 셈이다.

두 번째 제조 근간인 사회 가치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국가 역량은 1인당 국민소득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말하는 그런 총아들도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하루하루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이런 능력이 한 국가의 정책 궤적을 판연하게 나눴다. 다행히 우리는 국민의 안정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고, 거기서부터 대응 정책도 강화하고 유지될 수 있었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외국의 내로라하는 명품 기업이 손세정제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것은 우리가 제조 역량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19를 보면서 제조 근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제조 근간을 지켜 온 기업과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이들은 '예비역 공익근무요원'과 다름없던 셈이었다.

세 번째 공공정책의 방향이다. 이번 사태로 공공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분야를 분명히 찾은 셈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더 상세한 비상계획과 예비계획이다. 위급 시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고 조달하거나 긴급물품 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을 말한다. 유사시 증산이 얼마나 가능한지부터 필요시 재난 목적품 생산으로의 전환이 곧바로 가능한 설비도 확인해야 한다.

재난 목적품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상시 다른 용도로 가동하는 비상시설 구축도 계획해야 한다. 이런 결단이 없다면 다음 번에 더 많은 상흔을 남긴 후에야 다시 이런 고민을 재차 끄집어내게 할 것이다. 효과 없는 정책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상상황과 일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역시 판에 박힌 핑계다. 이것들은 재난 시 사용할 비축품이자 재난시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기회로 공공정책을 완전히 재설계하자. 언젠가 다시 이런 일이 닥쳤을 때 그제야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계획을 마련해 두자. 그리고 재난 색깔 대신 희망 색깔을 정해서 표지에 입혀 두자. 이번 코로나19를 극복할 즈음 이것을 국민에게 헌정하라. 표지 색깔을 따라 이름을 붙이자. 세계는 이것을 되뇔 것이고, 우리는 세계의 모범국가가 될 터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 newpolicyf@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