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1>기술을 상품화하기 어려운 이유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1>기술을 상품화하기 어려운 이유

많은 예비창업자가 남다른 기술만 갖추면 창업에서 쉽게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어렵게 특허 등 지식재산(IP)을 획득한 창업자가 가장 먼저 직면할 문제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투자자를 모으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 단순한 아이디어를 특허, 실용신안 등 구체적인 지식재산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특허 출헌 과정에서도 비용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시제품뿐만 아니라 실제 제품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더 큰 비용이 요구된다. 도대체 어떠한 요인이 기술을 사업화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허, 실용신안과 같은 지식재산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특허, 실용신안, 저작권, 디자인권 등을 통칭하는 지식재산은 인간 창조활동으로 만들어낸 무형자산으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은 분명 지식에 기반한 영역이지만, 이러한 지식이 재산적인 가치 또한 함께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지식재산이라 부르는 것이다.

올해 초 특허청은 국내 지식재산과 관련된 금융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식재산 규모는 최근 몇 년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하다가 2018년 7632억원에 이어 2019년에는 전년 대비 5872억원(77%)이 증가하며 큰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기준으로 세부 영역별로 살펴보면, 지재권을 담보로 하는 지식재산 담보대출액이 4331억원, 지재권을 기반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지식재산 보증액 7240억원, 우수 지재권을 보유한 기업 또는 지재권에 직접 투자하는 지식재산 투자액이 1933억 원에 달한다. 총 지식재산 금융시장 규모가 1조350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한 금융지원 규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창업을 시작하는 일반인에게는 왜 전달되지 않을까? 이는 지식재산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가장 먼저 역선택 내지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기 쉽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그 기술에 투자하려는 금융공급자 간에는 해당 기술에 대한 정보 이해 내지 접근에 큰 차이가 있다. 많은 투자자가 자신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을 악용해 보유한 기술을 부풀리거나 아직 사업화하기에는 미숙한 기술을 완성도 높은 것처럼 포장해 투자자들이 낭패를 보게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전례는 많은 관련 분야 투자자가 신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예비창업자 중에서 기술에 근거한 투자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과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해당 기술을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제공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을 보유한 것과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하는 것도 전혀 다른 차원인 점도 있다. 유형자산에 비해 지식재산은 기술개발과 사업화 등 과정에서 평가·관리할 수 없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특허나 실용신안 등록증만을 갖고 다니면서 투자자를 모집하기보다는 해당 특허를 사용한 시제품을 제작한 뒤, 시제품을 투자자가 직접 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투자자를 모집하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기술은 창업을 위한 중요하지만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