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94>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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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소멸 위기에까지 몰린 지방을 되살리려는 대규모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은 지역에 터전을 잡고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도 변화의 중심에 섰다. 농업, 단순 제조업 등 구조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에너지신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중심으로 시작된 에너지신산업 육성은 5년 만에 약 400개 에너지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보였지만 곧 기술 연구개발(R&D) 부재, 인력 확보 곤란 등 한계에 부닥쳤다.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한전공대다.

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이었다면 한전공대는 이를 가속해서 완성할 핵심 추진체다. 한전공대 중심으로 에너지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혁신도시 핵심인 산·학·연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다. 한전공대는 주변 기업 및 대학과 교류, 호남권 전체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처럼 잘 기른 대학 하나가 지역 전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 3일 교육부에서 한전공대 학교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한전에서는 곧 총장 인선, 캠퍼스 착공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간다.

최근 한전공대의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다. 방사광가속기는 쉽게 말해서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할 때 나오는 방사광으로 물질의 기본 입자를 관찰한다. 에너지 분야부터 기초과학 연구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지표라 할 수 있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25%가 가속기를 기반으로 연구했을 정도로 파급력은 대단히 크다. 포항공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고, 철강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던 경북 지역에 이차전지와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 된 것도 방사광가속기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호남권에 유치된다면 한전공대와 함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에너지 연구 인프라의 집적·공유로 미래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고난도 연구 수행이 가능해지면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가속기 운영에 필요한 핵심 관리 인력을 한전공대에서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한 스웨덴 맥스포연구소에서도 에너지 관련 연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듯 에너지신산업 중심인 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는 상생 발전할 수 있다.

[ET정책포럼]<94>한전공대와 방사광가속기

실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포함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혁신도시 조성 등 균형 발전에 대한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공공기관 배치와 과학기술 분야의 불균형은 여전하다. 2019년 기준 공공기관 분포를 살펴보면 수도권은 157개, 충청권은 84개가 있지만 호남권은 28개에 불과하다. 2017년 R&D 투자 비율을 보면 수도권이 68.7%인 데 반해 호남권은 3%에 그친다. 호남권에는 국내 초대형 연구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구축됐고, 중이온 가속기도 구축 중인 충청권에 대형연구시설을 또 구축한다면 이는 불공평한 중복지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향하는 모두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균형 발전 고려 없이 국가 중요시설의 입지를 선정하면 과밀화 등 부작용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재난 재해 등 위험 요소를 고려할 때 안전성 측면에서도 국가 중심 시설은 전국에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이 옳다. 스웨덴, 일본 등 해외에서도 효율성과 시설의 안전성을 중시하며 지방 위주로 방사광가속기 등 국가연구시설을 구축했다.

방사광가속기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구축돼 한전공대와 함께 국가 성장 동력을 이끌어 갈 모습을 기대한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mwlee@gwang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