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657>연동형비례제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이날 선거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전국 규모 선거인데다, 66.2%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해 많은 외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투표 연령은 만 18세 이하로 낮아지고,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세간에서는 48㎝가 넘는 투표용지 길이가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화제가 많았던 선거입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처음 도입된 연동형비례제를 놓고 각 정당은 서로 편법을 썼다면서 비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연동형비례제가 누더기가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고, 복작한 셈법에 다음 투표에선 지금과 같은 연동형비례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657>연동형비례제

Q:연동형비례대표제가 무엇인가요?

A:연동형비례대표제를 설명하기에 앞서서 먼저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각 지역별로 출마한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를 한 한명만을 뽑습니다. A후보가 55%를 득표하고, B후보가 45%를 득표하면 A후보는 당선, B후보는 낙선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B후보에게 간 45%의 표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버려지는 이른바 '사표'가 됩니다.

비례대표제는 이 같은 맹점을 보안하기 위해 지역구 의원 외에 별도 비례대표의석을 만들어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지지한 후보가 낙선을 해도 정당 투표를 통해 지지 정당의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표심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정치 경력이 적어 지역구 당선이 어려웠던 인물들도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진출할 수 있을 길이 열어주는 기능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4년 3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선거에도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습니다.

연동형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이 지역구 의원 수와 연계되는 방식입니다. 가령, 전체 100개의 의석수 중에서 A정당이 30% 득표를 했다면 총 30석 의석을 확보합니다. 이때 A정당에서 20명의 지역구 의원이 배출됐다면 최종 비례대표의석은 10석입니다(30-20=10).

우리나라는 이를 그대로 도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체 비례의석은 47석이지만, 이 가운데 30석에만 연동형비례제를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지역구와 정당득표율 계산으로 나오는 비례의석수를 절반으로 다시 나눕니다. 때문에 이를 '준연동형비례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Q:비례대표의원과 지역구의원과 다른 건가요?

A:기본적으로 비례대표의원과 지역구의원 모두 같은 국회의원입니다. 모든 권한과 활동이 동일합니다. 다른 점은 당선 방식과 지역구 유무입니다.

지역구는 출마 후보자 중 최고 득표 1인만 당선되고, 비례대표는 해당 정당이 부여 받은 의석수만큼 당선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선거에 앞서 20~3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정합니다. A정당이 2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하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10명의 의석을 배분 받으면 앞 순번부터 10번까지 후보가 국회의원이 됩니다. 별도 관할 지역구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정당은 과학, 산업, 의료, 예술 등 각 전문분야 및 사회적 약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로 비례대표후보를 구성합니다.

Q: 왜 이번 선거에선 투표용지가 길어진 것인가요?

A:정확히는 '정당 투표용지'가 길어졌습니다. 지역구 의원 투표용지는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준연동형비례제 도입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연동형비례제는 지역구 당선만큼 비례의석이 줄어드는 특성상 지역구 당선은 적지만 정당 지지는 높은 곳이 유리합니다. 지역구 당선자가 없어도 정당 득표율 3%가 넘는 작은 정당이 기존보다 많은 의석수를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많은 정당이 정당 득표율 3%를 넘길시 최소 3~4석에서 최대 5~6석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때문에 많은 정치 사회단체들이 정당을 만들고 총선에 도전했습니다. 정당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 수만 35개에 달하며, 총 48.1㎝의 역대 최장 투표용지 기록을 세웠습니다.

정작 결과는 작은 정당의 기대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지역구 의원수가 많은 거대 정당이 별도 비례대표전문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들 거대 정당은 지역구 의원 수만큼 비례의석이 줄어야 했지만 지역구 의원이 없는 별도 당을 만들면서 작은 정당과 똑같은 위치에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 결과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두 곳이 전체 47개의 비례대표의석 중 36석을 가져갔습니다.

Q:다음 선거에도 연동형비례제가 적용되나요?

A:현재로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준연동형비례제가 그대로 사용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등장한 비례전문정당을 두고 많은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례전문정당을 출범시킨 거대 정당들도 편법이라며 서로 공격하는 모습입니다.

당장 연동형비례제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적어도 이번처럼 비례전문정당 등장은 없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책 소개>

[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657>연동형비례제

◇'선거 쫌 아는 10대' 하승우 지음. 풀빛 펴냄.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됐다. 책은 청소년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다른지, 선거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할 사안은 무엇인지 짚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궁금증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카들과 정치학 박사인 삼촌의 유쾌한 대화 형식으로 실용성은 물론 공감과 읽는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657>연동형비례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조성복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였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었다. 저자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오랫동안 지지해 온 연구자로서 연동형 선거제도가 지금의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꿀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다원화된 요구가 국회로 수렴되어 더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드러날 정치적 지형 변화를 예측하여 제시함으로써 이번 선거법 개정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 정도로만 보이는 선거법 개정이 정치 전반에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만 18세의 눈높이까지 고려한 친절한 해설을 만날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