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수한파 녹이려면 유통업체 기(氣) 살려라

박준호 벤처유통부 기자
박준호 벤처유통부 기자

엿새 동안 이어진 황금연휴, 백화점과 마트, 교외 아웃렛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유통업계는 대대적 행사를 전개해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군불을 지폈다. 일부 감염 우려에도 완연히 풀린 봄 날씨는 시민들의 발길을 상가로 이끌었다.

코로나19로 내수는 치명타를 받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유통기업 실적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내수 활력을 경기 회복 출발점으로 삼았다. 소비가 살고 일자리를 지켜야 경기 회복의 돌파구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쉬운 해결책을 눈앞에 두고 굳이 먼 길로 돌아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유통 규제 이야기다. 한 유통사 임원은 “당장 몇 가지 규제만 풀어 줘도 일자리가 생기고 투자가 나온다. 왜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하는 일에만 여력을 쏟는지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소비 진작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해묵은 유통 규제부터 풀어 주는 게 우선이다.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코로나19 직격탄에 휘청대고 있는데 발목을 잡는 규제가 너무 많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 밀려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인데 아직도 과거 논리에 매몰돼 있다. 여당이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영업 제한도 마찬가지다.

아동돌봄 쿠폰마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아동 양육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에 미뤄 봤을 때 대형마트도 사용처에 포함하는 것이 옳다. 대형마트의 지역 고용 효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육아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는 대표 채널이다. 대형마트는 사치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다.

상생 기조에 묶인 규제 일변도 정책은 그동안 소비자 편익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기업의 성장을 억눌러 왔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같은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제는 풀어 줄 때가 됐다. 이번 위기를 반(反)기업 규제를 없앨 전환점으로 삼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고객의 지갑은 기업이 연다. 내수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산업계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된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려면 재정 투입에 앞서 낡은 걸림돌을 제거하는 등 기업의 활력을 높여 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