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길호 에듀테크산업협회장 "온라인 교육서 배운 장점, 미래교육 전환점 될 것"

이길호 에듀테크협회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길호 에듀테크협회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한국 교육이 미래교육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추상적이었던 미래교육을 실제 학교 현장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타임교육 본사에서 만난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학부모, 학생이 원격 수업을 경험하면서 교육이 바뀌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회장은 “과거 일방적인 수업과 달리 원격 수업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험을 통해 미래교육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온라인 교육은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면교육이 원활해져도 학원이나 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과 온라인 교육을 합친 '블렌디드 러닝'을 하겠다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런 움직임이 하나의 모델이 되고 성과를 내면 많은 곳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길호 에듀테크산업협회장 "온라인 교육서 배운 장점, 미래교육 전환점 될 것"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학생과 학부모가 원격 수업을 경험하고 있다. 원격 수업을 미래교육의 희망으로 보는 시각과 일방적인 동영상 강의 전달에 그친다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래교육은 몇 가지 키워드를 갖고 있다. 학습자 중심, 맞춤형 교육, 창의성 개발 등이다. 온라인 수업은 이런 미래교육을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우선 학습자 중심,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별적인 특성이 분석돼야 한다. 즉, 학생에 대한 설계도를 가져가야 한다. 기존에는 유능한 교사가 직관적으로 분석했지만 학생이 여러 명이면 교사 혼자 힘으로 많은 학생을 다 분석할 수 없다. 또 직관이 부정확할 가능성도 크다.

인공지능(AI)이 고도화되면서 개별 학생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기술이 교육의 질적인 부분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미래교육이 선언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는 근거와 기초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추상적으로 애매하게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가능해졌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원격 수업에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시도를 해봐야만 위기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미래교육이 이제 학교 현장에 접근해서 시도되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판단한다.

온라인 교육이 가능해지면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교육은 곧 미래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교과와 동일시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사회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돼야 할 것이 교육이라면 교과학습이라는 것은 그것의 하위개념이다.

체력증진, 가사노동, 진로탐색 같은 과정이 원격 수업에 결합된다면 교육의 보다 본질적인 면을 담을 수 있다. 교육제도, 교육법체계 등에 대해서 재점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원격 수업 진행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기술적인 측면은 아주 빠른 속도로 안정화됐다. 다만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요구는 빠른 속도로 다양한 방향으로 증가할 것이다. 현재는 임시 방편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기술적 안정화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인프라 안정을 넘어 그 안에서 작동되는 프로그램의 다양성, 교사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초등학교는 덜하지만 중·고등이나 대학은 온라인 수업방식이 해볼만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대학은 굉장히 빨리 온라인 수업에 적응했다. 지인 중에 정년 퇴임한 명예교수가 있다.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 준비를 아주 힘들어하다가 익숙해지니 이제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원격 수업은 모든 과정이 공개되니 힘들어하는 교사들도 있다. 교사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내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온라인 수업에 대한 거리감이 생긴다.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과도하게 신경쓰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래교육에서 교사는 아이들이 다양하게 움직일때 방향을 틀어주는 리더라고 생각하면 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길호 에듀테크산업협회장 "온라인 교육서 배운 장점, 미래교육 전환점 될 것"

-학교 현장에서 구글, 시스코 등 글로벌 제품 많이 사용을 하고 있다. 공교육 시장이 열리면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는가.

▲온라인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양방향 채널이 열렸다. 이제 시장이 열렸으니 기업이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구글, 시스코에 익숙한 교사들이 국내 제품을 다시 쓰려면 새롭게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이 과정이 불편할 수 있다. 교사나 학생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에듀테크 기업의 몫이다.

물론 약간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동안 시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에듀테크 기업의 다양한 시도가 떠올랐다가 물밑으로 많이 가라앉았다. 그 과정에서 그럴싸하게 만들었다가 다운그레이드된 서비스가 너무 많다. 안타깝게도 기술이 멈출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다시 에듀테크 기업이 제 실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온다면 이는 국내 기업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에도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문제라고 좋은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 국내 교육 기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국내 에듀테크 시장이 열리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재 수혜를 입은 곳은 온라인이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기업, 중고등 인터넷 강의 기업 등이다. 초등 에듀테크 학습지 고객이 상당히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에듀테크 분야에서 학부모들이 기존 유명 학습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보다 기존 유명 기업의 학습 콘텐츠나 서비스가 더 많이 채택된다.

오프라인 학원 상황은 처참하다. 특히 미술, 태권도 등 주요 교과목이 아닌 학원 상황이 심각하다. 오프라인 학원은 6월은 돼야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오프라인 학원 학생수가 100%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경험한 학생과 학부모가 있기 때문에 약 90% 정도만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육 측면에서 온라인 수업에 대해 고민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가.

▲교육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주로 학생 간 교육 격차를 이야기했다. 이제 학급이나 학교 간 격차, 특성화고등학교 등 자율학교와 일반학교의 격차도 눈여겨 봐야 한다. 차이가 벌어지는 원인을 연구해 유의미한 결과를 바탕으로 온라인 교육을 보완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리가 설계해야 될 미래교육 모델의 과제 중 하나다.

일부 학교에서는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지만, 또다른 학교에서는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뛰어난 학습 결과를 얻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을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개방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원격 수업의 장단점을 체감하고 있다. 교사들이 이런 데이터를 공유하고 나아가서는 공개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를 기반으로 학생에게 더 발전적인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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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기업들과 클라우드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에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들었다.

▲에듀테크-클라우드 컨소시엄을 논의 중이다. 콘텐츠, 학습관리서비스(LMS), 교육서비스 등 에듀테크 기업들과 클라우드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종합적인 에듀테크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교사가 원격 수업 준비, 수업 진행, 과제 업로드 등 모든 것을 한 사이트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협회가 업계 의견을 듣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다. 기업이 따로따로 가서는 생태계 구성이 가능하지 않다. 그 안에서 구성되는 운영 플랫폼, 인프라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여러 층위의 기업들이 있다. 컨소시엄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어떻게 구성돼야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협회와 클라우드산업협회가 협약을 할 예정이다. 여러 목소리를 모을 필요가 있다.

-에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산업적으로 협회 차원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교육에서 에듀테크가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 두 번째는 학교(교사)가 에듀테크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가 직접 학급 수준에 맞춰 필요한 에듀테크 서비스를 그때그때 구매할 수 있다.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높일 수도 있으며, 산업도 키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세 번째는 정부가 에듀테크 기업 해외 진출 시 지원해주는 것이다. 지원이란 것은 큰 것이 아니라 외국 교육 관계자와 접점을 좀 넓혀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에듀테크 전시회인 '이러닝 코리아'가 글로벌 행사로 발전하기 바란다.

좀 더 추가하자면 많은 개발자들이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개발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창의적이고 소명의식을 가진 개발자들이 많다. 이를 위해서 에듀테크를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요청이 이뤄진다면 산업적으로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도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예 시장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제발 공교육 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코로나19로 갑자기 시장이 열린만큼 기업이 창의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차례가 됐다. 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으로서 국내 에듀테크 서비스를 공교육 시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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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수십년간 대면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두루 경험한 교육 전문가다. 강동 청산학원 원장, 차이나월드 미디어 대표, 씨에스교육미디어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과 타임교육 출판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부산 배정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2018년 대한민국 지식서비스 대상에서 이러닝기업 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