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97>가치 있는 지식재산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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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언택트(Untact)'가 경제·산업·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시작은 코로나19지만 새로 나타난 경제·사회의 급격한 변화라기보다 최근 혁신 기술 발전으로 말미암은 인간 중심 디지털 사회로의 거대한 변화에 하나의 특성이 빨리 부각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들어 통신기술 등 파괴적 혁신으로 인한 인터넷 산업, 소호형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모바일화가 근간이 됐다. 이는 산업의 가치사슬과 생태계 변화를 유발했다. 앞으로는 개인의 특성·기호·생활패턴 등에 맞는 맞춤형 재화와 서비스 제공 및 향유를 가능하게 해 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생산·유통·소비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 플랫폼 사업자이며 25억명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지난해 6월 토큰경제 선점을 위해 전 세계 수십억명을 위한 간편한 금융 인프라 제공이라는 목표 아래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올해를 서비스 원년으로 하고 리브라 백서 2.0 버전을 발표하는 등 소수의 플랫폼 기업들에 의한 전 세계 시장 지배의 파도가 거세다.

우리는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기술'이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핵심 기술 보호와 활용 효과 제고를 위해 국가가 독점권을 인정하고 보호해 주는 제도가 바로 지식재산권 제도다. 국가가 지재권을 인정하는 것은 해당 기술이 국가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투자된 노력과 자원에 대해 보상해 줌으로써 또 다른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유인 체계의 의미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가가 지재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권리자가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 독점배타권을 부여하는 것과 함께 강력하게 보호해 줄 때 비로소 기술은 안정된 가치를 띠게 된다. 이를 위한 명확한 근거와 규칙이 특허심사규칙과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에 따라 아무리 유망한 지재권이라 해도 이 두 가지 방식에 따라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허권을 얻을 수도 없으며, 얻었다 해도 강력히 보호받을 수도 없다

우수 기술이 당연히 좋은 특허가 된다고 믿는 것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오해다. 우수 기술은 가치 있는 특허를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은 기술이 띠는 가치 특성을 가장 잘 포장해서 특허심사 기준에 부합하고 분쟁이 일어났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의 범위가 넓고 명확하게 특허명세서가 작성돼야 비로소 우수 기술의 가치를 강하게 보호받는 특허, 즉 가치 있는 특허가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 오해는 우수 기술을 만드는 것과 가치 있는 특허를 만드는 작업이 순차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치 있는 특허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기획 단계에서 개발하려는 기술 특허명세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개발 방향과 필요한 실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또 특허출원 후 18개월 동안은 출원된 특허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R&D 기획 단계에서 특허문헌을 아무리 정밀하게 선행 조사를 한다 하더라도 그 시점으로부터 18개월 이전 동안 출원된 특허는 검색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R&D가 시작된 이후에도 선행 특허문헌 정기 검색을 통해 유사 특허가 출원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술은 무형의 가치 본질이지만 기술과 가치는 특허 등 지재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고 실현돼 가는 것이다. 20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과 천문학 규모의 민간 R&D 투자를 고려할 때 기업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재권이라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를 다시 한 번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택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tmkwon@kiip.re.kr